사단법인 ‘여성금융인네크워크’는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정례모임을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남희 우리금융지주 상무,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크워크 회장, 장정자 김앤장 고문(전 금융감독원 국장), 김옥정 우리은행 상무,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사단법인 ‘여성금융인네크워크’는 9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정례모임을 열었다. 앞줄 왼쪽부터 이남희 우리금융지주 상무,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 권선주 기업은행장, 김상경 여성금융인네크워크 회장, 장정자 김앤장 고문(전 금융감독원 국장), 김옥정 우리은행 상무,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남자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항상 도전하세요.”(권선주 기업은행장)

지점장급 이상 여성 은행원 90여명이 9일 한자리(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 모였다. 사단법인 여성금융인네트워크(회장 김상경)가 작년과 올해 잇따라 은행장, 임원 등으로 승진한 여성 뱅커들의 성공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하기 위해 만든 자리다.

‘별’을 단 여성 뱅커들은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은행 조직에서 성공하려면 남성 상사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자세가 특히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맏언니’인 권 행장(58)은 “여성 은행원들은 동료였던 남성이 상사로 왔을 때, 그를 상사로 인정하기보다는 시기와 질투를 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특유의 ‘수평주의’적 사고가 조직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상사에 대해선 최대한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남희 우리금융지주 상무(57)는 “상사의 부족한 부분을 파악하고, 이를 채워줄 수 있는 아랫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 과정을 통해 상사와의 교감에 성공하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도전 정신에 대한 강조도 잇따랐다. 강신숙 수협은행 부행장(53)은 “대출이나 기업금융 업무는 남성 은행원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여자니까 안되겠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무조건 해보겠다고 손을 들었다”고 회상했다. “힘든 일을 맡아 원형 탈모가 생기고, 눈의 실핏줄이 터질 때도 있었지만 그 정도 고통 없이는 얻을 수 있는 것도 없지요.”

신순철 신한은행 부행장보(54)도 “남자들이 하는 일을 여자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며 “도전을 통해 자신을 차별화해야 또 다른 기회가 온다”고 조언했다.

고객과의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성미 기업은행 부행장(55)은 “공단지역 지점장으로 갔을 때 다들 기업인처럼 점퍼를 입고 다니라고 조언했지만, 나만의 스타일을 고집한 결과 오히려 고객들에게 더 쉽게 기억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덕자 하나은행 전무(55)는 “여성이 빠지기 쉬운 수동적인 태도로 지시 받은 업무만 수행해서는 발전이 없다”며 “목표를 먼저 정하고, 이를 달성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기회가 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옥정 우리은행 상무(55) 역시 “‘여자니까 안되겠지’라는 나약함을 버리고 긍정적인 생각을 유지하며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모임을 이끌고 있는 김 회장은 “여성이 더 이상 남성의 보조가 아닌, 리더가 돼야 한다”며 “여성의 사회 진출이 국가 경제 발전에도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