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했던' 김연아의 은메달…평가는  왜 늘 논란을 빚을까
국민적 관심이 뜨거웠던 소치 동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과 기대가 컸던 종목은 피겨스케이팅이 아닌가 한다.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불리기도 하지만 우리 김연아 선수가 지난 올림픽에 이어 2연패할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첫날 쇼트 프로그램에서 김연아 선수가 1등을 했고 컨디션도 최고였다.

하지만 경기 결과는 우리의 기대와 달랐다. 금메달은 러시아의 신예 소트니코바에게 돌아갔다. 김연아 선수는 은메달을 받았다. 경기 중계 중간에는 물론 경기가 끝난 후에도 대부분의 방송사는 평가의 공정성을 언급했다.

심판들이 실력보다는 다른 외부 변수에 흔들려 공정한 심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우리로서는 억울하지만 평가를 한 심판이나 러시아 국민들은 평가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경기의 평가 결과에 대해 의견이 나뉜 것이다.

이런 일은 회사 직원 평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평가 결과가 나오면 많은 직원들은 평가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자신은 최고로 열심히 일했는데 평가 결과는 그에 상응하지 못하다거나, 특정 직원과 비교해 자신의 평가 결과를 수용하기 어렵다거나 하는 불만을 공정성에 대한 의문으로 제기한다. 그래서 평가 결과가 나오면 회사는 병폐를 예방한다고 평가지표를 정량화하려 노력한다.

이런 노력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회사의 모든 지표를 정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매년 회사의 전략이 달라질 수 있고, 그 전략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역시 달라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이유는 지표가 갖는 원래의 목적과 상관없이 평가 자체가 목적이 된 지표가 개발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보다도 지표가 정량이냐 정성이냐를 우선시해서는 안 된다. 올해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목표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가장 먼저 감안돼야 한다. 그 다음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직원들을 어떤 방향으로 행동하게 할 것인지를 파악하고 그것을 평가하는 지표를 찾아야 한다. 사후적인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직원의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는 사전적 차원인 것이다. 그것들이 정량지표면 좋겠지만 정성지표라고 해서 무조건 배제해서도 안 된다. 정성지표를 통해 목표 달성 여부를 파악하고, 관련 직원의 행동을 유도하는 경우가 더 많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는 정성지표에 대한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 적지 않은 경영자들이 정성지표를 보고하면 다시 하라고 요구한다. 정량지표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지표가 정량화돼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정성지표는 지표가 아니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예를 든 피겨스케이팅처럼 순위를 가리지만 평가기준을 정량화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피겨스케이팅의 평가 대상은 정성지표지만 연기에서의 아름다움은 전혀 훼손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과에 따라 순위도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상당히 많은 목표들은 정성지표만으로 원래의 목적에 맞게 실행되며 그 결과를 순위화할 수 있다.

정성지표에 대한 오해를 떨쳐냈다면 이제 어떻게 설정하고 평가하는가의 문제가 남는다. 피겨스케이팅 연기에 대해 어떤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전문가들이 정하고 그들만이 평가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연아나 소트니코바 같은 선수는 그 전문가들이 설정해 놓은 기준을 사전에 명확히 알고 있다.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어떻게 구성하고 연기해야 높은 점수를 받는지 연습하고 게임에 임한다.

마찬가지로 회사의 정성지표 역시 그 업무에 문외한이거나 관여하지 않은 사람은 쉽게 알 수가 없다.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가진 관리자가 평가기준을 잘 알고 그것을 실행하는 직원과 수립하는 것이다. 직원은 그 기준에 맞춰 열심히 일을 하고 결과는 사전에 합의한 기준 대비 판단하는 것이다.

100m 달리기나 역도의 정량지표처럼 누구나 아는 결과가 아니라도 해당 게임에 참가한 선수들은 각각의 기준에 따라 최선을 다해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다. 전문적인 식견과 사전 합의, 그 기준에 따른 행동이 정성지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박기찬 <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