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의 대기업 지분율이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10대 그룹 상장사 93개에 대한 지분율이 평균 4%를 넘었다고 한다. 주력 계열사의 경우 평균 5.23%나 된다. 호텔신라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한항공 등은 지분율이 1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최대주주이거나 오너보다 지분율이 많은 업체는 일일이 거론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국민연금은 증시에서 가장 큰 손이다. 규모는 지난달 380조원을 돌파했고 2024년 1000조원, 2040년 1800조원으로 불어난다. 기금이 늘어나는 대로 더 많은 주식을 사들이게 돼 있는 국민연금이다. 작년 말 17.8%였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은 올해 말 19.3%, 2013년 말에는 20.0%로 확대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의 특정기업 지분율 10% 한도, 이른바 10%룰의 완화를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이 모든 상장사의 지배주주 자리에 오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봐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력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다. 투자 차원이 아니라 주주로서 의결권을 행사하려 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실제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를 확대해 주총안건 중 반대 비율이 지난해 7.0%(153건)에서 올 상반기에는 17.8%(407건)로 대폭 높아졌다. 민간기업의 임원을 해임하는 안건에 찬성하는 일까지 있었다. 국민이 의무적으로 내는 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본질상 특정한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불가하다. 이른바 대리인의 문제다. 국민 총회의 결의가 없는 한 국민연금은 특정계층의 이익에 편향되지 않게 다른 주주들의 찬성·반대 비율에 따라 중립투표(shadow voting)하는 게 원칙이다.

가뜩이나 독립성을 의심받는 국민연금이다. 정치에 의해 악용될 소지도 충분하다. 이미 지난 6월 여야 의원 10명에 의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경제민주화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 국민연금이 정치권의 징검다리가 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국민연금의 기업 지배력 확장을 막는 게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