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서플라이체인 재구축에서 얻는 교훈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7개월이 지나면서 일본 제조업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지진 직후 예년의 절반까지 줄었던 자동차 생산이 지진 전 수준을 회복한 거을 비롯해 대부분의 제조업 생산량이 정상으로 돌아갔다. 일본 제조업계는 지진충격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에서 단순히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부품 공급망(서플라이 체인) 전반을 새롭게 구축했다.

일본 제조업의 서플라이 체인 재구축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서플라이 체인의 복선화와 생산거점 분산이다. 부품조달이나 납품을 소수 업체에 의존했을 때 생길수 있는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일본 자동차 공장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까지 조업을 중단했다. 핵심 부붐을 독과점적으로 공급하는 업체들이 지진 피해로 생산을 중단하자 서플라이 체인 전체가 마비된 것이다. 일본 자동차업계는 겉보기에는 완성차업체를 정점으로 수많은 부품업체가 연결되는 피라미드 구조였지만 실제로는 2차, 3차로 내려갈수록 소수 업체가 핵심 부품을 독과점적으로 공급하는 다이아몬드 구조였다.

둘째, 생산거점의 해외 이전과 현지 조달 체제강화다. 과거 일본 기업들은 관세 장벽이나 환경규제 등을 피해 해외로 진출했지만 지진 이후에는 서플라이 체인의 안정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호야, 리코, 구레하 등은 지금껏 일본 내에서만 생산하던 기업이었지만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해외 생산기지 건설을 추진 중이다. 도요타는 '현지 생산, 현지 소비'를 내세워 부품업체의 해외 진출을 유도하고 있고, 파나소닉은 부품 조달 및 물류 기능을 내년 상반기 싱가포르로 이관할 계획이다.

셋째, 부품 및 소재의 표준화다. 제품과 사양을 표준화해 설계 및 개발 비용을 줄이고 유사시 대체품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완성품업체, 부품업체가 머리를 맞대고 있다. 도요타 등 완성차업계는 자동차용 반도체인 마이콘과 고무 제품의 표준화를 검토중이고 도툐일렉트론 등 반도체 제조장비 업체도 부품 표준화를 추진 중이다.

최근 흐름으로 볼 때 일본 자동차산업의 서플라이 체인은 일본 내 부품·소재기업 중심에서 해외 각국에 있는 현지 부품·소재기업의 참여가 늘어난 '오픈 서플라이 체인'으로 바뀔 전망이다. 일본 기업들은 대지진 이후 일어난 서플라이 체인 붕괴를 경쟁력을 한 차원 높이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한국 긱업도 일본의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 서플w라이 체인의 맹점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구본관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bkkoo@seri.or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