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5월께 북한 브라운관 TV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2일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북한 대동강TV와 진행해온 브라운관 TV 생산을 지난 5월 중단하고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2000년 4월부터 대동강TV를 통해 평양지역에서 연간 2만~3만대 규모로 브라운관 TV를 생산해 그해 6월부터 전량 국내로 반입,판매해 왔다. 국내 TV시장이 250만대 규모를 넘어서는 것을 고려하면 미미한 물량이었지만 대북 사업이라는 상징성을 감안해 적자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북한 TV사업을 진행해 왔다.

업계 관계자는 "북한 브라운관 TV 사업은 부품을 해로로 운송한 뒤 이를 조립해 완제품을 다시 해로를 이용해 반입하는 형식으로 물류비용이 많이 드는 적자사업"이라며 "남북 관계 정상화를 고려해 상징적인 차원에서 운영해온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일부 브라운관 TV 수요가 있어 중국에서 생산한 브라운관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다"면서도 대북사업 철수 배경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업계에선 천안함 폭침사건 이후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사업을 철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그룹은 1995년 이건희 회장이 "대북 경제협력 기회 선점" 등을 강조한 뒤 북한 사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당시 강진구 삼성전자 회장 등 주요 경영진이 북측의 나진 · 선봉지역을 둘러보고 삼성물산(수산물 가공)과 삼성엔지니어링(공작기계 생산) 삼성전자(TV 생산) 등을 통해 사업협력 방안을 타진했다. 1998년엔 북한에 10억달러를 투자하는 전자복합단지 건설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그룹 차원에서 남북경협사무국을 운영하기도 했다.

삼성은 그러나 통화이전의 자유와 통행의 자유,자유로운 통신 등 3통(通)이 보장돼야 대북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지난 10여년간 브라운관 TV 사업만으로 대북 사업의 명맥을 유지해 왔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