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성 산은금융지주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8일 "올해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동남아 국가 2~3곳의 은행을 인수해 산업은행을 아시아의 대표 CIB(기업투자은행)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민 회장은 이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올해는 아시아 지역의 영업 네트워크를 확충하는 데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며 "현지은행 인수를 통해 사회간접자본과 에너지 개발 등 프로젝트 파이낸스(PF)에 필요한 자금을 현지에서 조달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정부와 아주 긴밀하게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단순한 검토 단계를 넘어섰음을 시사했다. 산은은 또 동유럽 PF 시장 선점을 목표로 이미 법인형태로 진출해 있는 우즈베키스탄에서도 시중은행 한 곳을 인수해 현지 5위권 은행으로 키운다는 방침이다.

민영화 일정과 관련,그는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최초 지분 매각시기를 법이 정한 2014년 5월보다 앞당기려고 한다"며 "올해는 산은의 자산가치를 끌어올려 내년 국내 상장 시 지분가치를 최대한 높이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은행 인수가능성에 대해 "수신기반 확보 등 다양한 시너지가 기대되지만 최근 인수가격이 높아진 점이 부담"이라며 "6조원 이상을 들여 외환은행을 사기보다는 동남아 은행 여러 곳을 인수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정부가 대주주인 산은으로서는 외환은행이 공개매각 방식으로 시장에 나올 경우 입찰 참여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회생 가능성에 대해 민 회장은 "앞으로 엄청난 고난의 시기를 견뎌내야 할 것"이라며 "3년 후 정상화에 성공하면 금호산업과 타이어 등 출자전환 기업에 대한 우선매수권을 줘 되살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금호의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4조원가량의 채무재조정 과정에서 채권단도 손실분담을 해야 한다"며 "산은도 대우건설을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인수하면서 1조원가량의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민 회장은 "채권단이 금호 정상화 방안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워크아웃에 차질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대우건설 인수도 실행이 안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우건설 풋백옵션(주식을 되팔 수 있는 권리)을 보유한 재무적 투자자에 대해 "주당 1만8000원에 대우건설을 매각하고 옵션 행사가격(주당 3만1500원)과의 차액을 출자전환할 경우 추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며 "협조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 회장은 "3개월 이내 워크아웃 방안이 확정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채권단 손실을 최소화하고 금호의 협력업체를 보호하면서 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워크아웃이 최선의 대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항공의 지분 처리와 관련,"금호산업에 재매각하기 보다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잔여 지분(20.8%)을 금호석유화학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주고 인수하면 될 것"이라며 "거래를 원상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통운 매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금호의 재무구조는 개선되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손실이 현실화돼 항공사 영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해 당장 처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