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6일 연중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환율 하락은 글로벌 달러 약세와 국내외 증시 호조 등이 맞물린 결과다.

전문가들은 1,150원대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외환당국의 방어 의지 등을 고려할 때 하락 속도는 가파르지 않을 전망이다.

◇환율, 한 달 만에 연저점 경신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54.80원으로 마감해 직전의 연중 최저치(10월 15일ㆍ1,155.10원)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달 15일 1,150원 중반까지 내려앉았으나 다시 상승해 같은 달 29일에는 1,196.00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그러다 11월 들어 꾸준히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이달 초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저금리 정책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 재확인되면서 글로벌 달러 약세가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동안 주춤했던 뉴욕증시가 기업 실적 호조 속에 상승세를 재개한 점도 달러 약세를 견인했다.

지난 주말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0,270.47에 거래를 마쳐 주간 기준 2.5% 올랐다.

코스피지수도 이날 큰 폭으로 반등하며 1,590선으로 올라섰다.

삼성선물의 정미영 팀장은 "증시 상승과 글로벌 달러 약세 등 대내외 여건을 보면 환율 하락을 막을 만한 재료를 찾기 어렵다"면서 1,150원선 밑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위안화 절상 압력 가세

최근 중국 위안화 절상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는 점도 원.달러 환율 하락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중국을 방문 중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7일과 18일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나 각종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세계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고 양국 무역마찰을 줄여나가려면 중국 정부가 위안화 평가절상을 용인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에 앞서 지난 13일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연례회담에서 위안화 평가절상이 중국 경제 부양에 도움될 것이라며 평가절상을 요구했다.

지난주 미 상무부가 발표한 9월 무역적자는 10개월 만에 최대규모인 365억 달러였고, 이 가운데 중국에 대한 적자만 221억 달러로 집계돼 미국으로서는 위안화 절상이 절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나금융연구소 장보형 연구위원은 "앞으로 위안화 절상은 불가피해보인다"면서 "다만 위안화 절상이 급격한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 약세 역시 위안화 절상 기대에 따른 기대감이 작용한 측면이 크다는 분석이다.

근래 들어 유로에 대한 달러화는 1.5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지수도 74에서 안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장 연구위원은 "유로-달러 환율이나 엔-달러 환율 움직임이 지지부진한 반면 원화 환율은 1,200원이 무너지고 다른 아시아 통화도 동반 강세를 나타냈다"며 "이는 위안화 절상 기대감이 아시아 외환시장에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위안화 절상 압력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절상 압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렇다고 원·달러 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국내 수급 면에서 보면 무역수지 흑자 규모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외환당국도 환율 급락을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우리선물의 변지영 연구원은 "앞으로 글로벌 달러 약세가 얼마나 가파르게 진행될 것인지, 국제 증시가 얼마나 호조를 보일지에 따라 환율 하락 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다만 "연중 최저점이 무너진 상황에서 추가로 1,150원선 밑으로 내려가면 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강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