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자본의 '먹튀'(막대한 시세 차익만 챙기고 한국을 떠나는 것) 논란의 핵이었던 외환은행이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뛰어난 실적을 올려 금융권의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의 투자펀드인 론스타가 2003년 인수한 외환은행은 자산과 인력 규모가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작은데도 수익성은 이들 은행을 능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익성 뛰어나

외환은행(행장 래리 클레인)은 지난 3분기 42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6개 주요 시중은행(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 가운데 가장 좋은 실적이다. 법인세 환급분(2296억원)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영향을 미쳤지만 자산 순위 6위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가장 뛰어났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5855억원으로 자산 규모가 두 배 넘는 국민은행(6180억원)에 버금가고 신한은행(5645억원)보다 많았다.

수익의 내용도 알찬 편이다. 2004년 전체 수익의 40%였던 기업금융 비중은 올해 2분기 49%로 확대됐다. 국제금융에서 벌어들인 수익 비중도 같은 기간 4%에서 5%로 늘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인수된 뒤 주택담보대출 등 손쉬운 소매금융에만 집중한다는 비난이 있었지만 실상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기준으로 외환은행의 대기업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은 2004년보다 각각 116.26%,58.17% 늘어난 데 비해 가계대출은 41.54%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외환 경쟁력 여전

외환은행은 외환시장 점유율 42.3%,수출금융 점유율 27.8%,수입금융 점유율 28.9%로 업계 선두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업금융과 외환부문에서 외환은행의 경쟁력은 다른 시중은행을 여전히 압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탄탄한 해외 네트워크도 여전한 강점이다. 외환위기 시절 다른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해외 지점을 폐쇄한 반면 외환은행은 영업기반을 그대로 유지했다. 지난 9월 말 외환은행의 해외지점 현지법인 사무소는 총 29곳으로 국내 은행 전체 해외 네트워크(128개)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론스타 '먹튀'논란 과했나

대주주인 론스타의' 먹튀' 논란의 핵심은 '투자는 하지 않고 자산매각과 배당이익 챙기기에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핵심 인력이 대거 빠져나가 외환은행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된다는 것이 우려의 요지다.

실제로 론스타는 2007년 주당 1000원의 배당으로 4167억원,작년 주당 700원으로 2303억원 등 모두 6881억원을 배당받았다. 2007년 6월 외환은행 지분 13.6%를 매각해 1조1927억원을 가져가는 등 외환은행 인수 이후 총 1조8808억원을 회수했다.

외환은행에 투자한 원금 2조1548억원의 87.3%를 이미 거둬들인 셈이다. 배당금 등이 다른 시중은행보다 많아 논란을 부추겼다.

하지만 유형자산 매각 등 영업력을 훼손하는 매각은 거의 없었고,오히려 노후화된 전산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매년 700억원을 IT(정보기술) 부문에 투자했다고 외환은행 측은 밝혔다. 2003년 320개였던 국내 지점도 올해 9월 말 현재 350개로 늘렸다. 2003년 6300명이었던 직원 수도 현재 7200명으로 증가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론스타가 투자한 이후에도 외환은행은 재무적 지표 향상과 인력 및 시설 투자,고객을 위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개발 등 은행 본연의 경쟁력 확대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