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농협보험 특혜" 반발

정부가 농협중앙회의 공제(보험) 사업 부문을 떼어내 만들기로 한 독립 보험사 `농협보험'이 보험시장의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농협보험의 설립이나 보험상품 판매에 대해 민영 보험사와 같은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해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9일 농림수산식품부가 입법예고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에 따르면 정부는 2011년까지 농협에서 신용.공제 사업 부문을 분리해 농협금융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자회사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등을 둘 계획이다.

이때 농협보험은 보험업법상 보험사 설립을 위한 별도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농협은행은 보험대리점으로 등록한 것으로 간주해 농협보험의 상품을 파는 방카슈랑스 영업을 할 수 있다.

농협은행은 특정 보험사의 상품판매 비중 25% 제한, 점포당 판매인원 2명 제한, 점포 이외의 장소에서 보험영업 금지 등 방카슈랑스 규정도 10년간 적용받지 않는다.

보험업법상 보험대리점 등록이 불가능한 농협단위조합도 보험대리점으로 인정된다.

농협보험이 전국 1천100여개 농협조합을 통해 영업할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가 농협보험에 대한 감독기준을 만들거나 변경할 때 농림수산식품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

이 같은 농협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농협보험은 손쉽게 영업망을 확대하면서 보험시장에서 세를 불릴 수 있게 된다.

손해보험협회의 자료를 보면 농협이 지난해 공제사업을 통해 거둔 보험료 수입은 총 8조1천억원으로 손해보험시장에서 1%, 생명보험시장에서 9.5%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농협 공제사업 부문의 총자산은 작년 기준 27조8천억원으로 생명보험업계 4위 수준이고 손해보험업계 1위인 삼성화재(23조원)보다 많을 정도로 덩치가 크다.

농협은 그동안 사망보험과 화재보험 위주의 상품을 판매했는데 자동차보험과 변액보험까지 팔고 방카슈랑스나 보험대리점 등록 규제를 받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기존 보험사들은 "농협보험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공정한 경쟁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에 대한 방카슈랑스 특례와 농협조합의 보험대리점 등록 허용은 부실한 보험 판매에 따른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불공정한 경쟁으로 기존 보험사의 영업력도 급격히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이런 내용의 의견서를 정부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농협보험 감독권과 관련, 농식품부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거나 각종 영업 특례 규정을 둔 데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농식품부의 법 개정안을 놓고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 관계자는 "농협보험도 보험업법 적용을 받아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며 "농협법 개정안을 검토해 문제가 될 수 있는 조항은 수정되도록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보험이 기존 공제사업 수준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안을 마련했다"며 "현재 부처 협의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