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신문에 낙서를 해 놓았네."

삼성전자의 센스 노트북을 알리기 위해 만든 기사형 신문광고(사진)를 보던 김모씨.빨간 사인펜으로 대충 그린 듯한 돼지코를 단 사람의 우스꽝스러운 형상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다음 페이지.전면 광고 안에 낙서 속 '돼지코맨'이 다시 등장한다. 김씨는 비로소 무릎을 친다. '아까 그게 낙서가 아니고 광고였구나. '

삼성전자가 지난달부터 시도하고 있는 '형식파괴' 광고는 이 뿐만이 아니다. 신문의 중간을 가르는 광고(지펠 양문형냉장고),3페이지 연속 광고(하우젠 버블세탁기),15초 간격을 둔 '징검다리' TV 광고(블루 카메라) 등 고정관념을 탈피한 이색 광고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하우젠 버블세탁기 팀은 신문 지면을 넘길 때마다 거품이 차오르는 모습을 광고로 표현했다. 첫 페이지에는 신문 하단에만 거품이 보이지만,다음 페이지에는 절반 이상의 지면이 거품으로 덮여 있다. 완전한 광고는 세번째 페이지에서야 볼 수 있다.

삼성카메라 블루 TV 광고는 15초짜리 광고 두개를 15초 차이로 보여주는 기법을 썼다. 호기심만 유발하는 첫 번째 광고가 끝나기 직전 '한효주는 2개다,15초 후에 밝혀집니다'라는 자막이 나타난다. 15초 후 이어지는 두번째 광고를 봐야 비로소 제품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된다.

삼성전자가 광고 형식을 파괴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손정환 DMC(완제품) 부문 마케팅 담당 상무는 "고유 상표를 알려주는 '트레이드 마크'와 상표 자체가 품질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주는 '트러스트 마크'에서 한발 나아가 삼성브랜드를 소비자들의 감성을 움직일 수 있는 '러브 마크'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삼성은 뭘 해도 다르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경쟁 기업들과 다른 광고 전략을 수립했다는 설명이다.

'우아함과 기발함의 딜레마'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재인 마케팅 담당 부장은 "광고의 내용을 기발하게 만드는 '콘텐츠 크리에이티브(창발성)'에만 치중하면 삼성이 추구하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잃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고민 끝에 우리에게 익숙한 광고 형식을 파괴하는 '미디어 크리에이티브'를 대안으로 생각해 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광고는 앞으로 더 파격적으로 변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 상무는 "지면 중간에 구멍을 뚫어 뒷면 광고용 사진이 구멍을 통해 보이게 하는 '구멍광고' 등 연말 이후를 겨냥한 독특한 광고들을 다수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