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오르면 소비 만족감은 늘지 않아
[경제교과서 친구만들기] (27) 실질 GDP가 뭐지?
GDP에 대해 학생들이 궁금해 하는 질문은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GDP를 어떻게 구하는가이다.

둘째,어떤 항목이 GDP에 포함되는지다.

여기까지는 이미 앞선 칼럼에서 설명하였다.

셋째,실질GDP와 명목GDP가 무엇이며 왜 구별하는가이다.

오늘은 세 번째 궁금증을 다루고자 한다.

GDP 통계는 한국은행 국민소득과에서 집계하고 약 80명의 인력이 매달려 많은 통계 수치와 씨름을 한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GDP 통계는 5년마다 인구,기업체 등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센서스(모집단) 조사가 기초자료가 된다.

그 사이 기간에는 표본 조사를 통해 다양한 통계 자료를 공식적으로 만들어 낸다.

산업별로 농림수산 통계,광공업 통계,건설업 통계,도소매 통계,서비스업 통계 등이 이에 속한다.

여기에 산업별 단체 또는 기관 등이 작성한 통계도 GDP 집계에 활용한다.

결국 모집단 조사에서 얻은 자료를 이용하여 표본 조사에서 나온 수치를 연장 적용시키거나 조정을 통해 보완하는 셈이다.

제조업 제품은 비교적 산출량과 가격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쏘나타와 토스카 등의 생산량과 가격도 비교적 입수가 용이하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간단치 않다.

물론 운수(항공 기차 선박) 서비스는 가격과 물량에 대한 통계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러나 도소매업이나 금융업 등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도소매업은 거래 마진(판매액-구입액)을,금융업은 수수료나 중개 서비스(수입이자-지급이자) 등을 고려한다.

그러면 오늘의 주제로 넘어가 보자.

음악을 좋아하는 국민이 사는 '음악 나라'를 가상해보자.

원더걸스와 소녀시대라는 그룹이 제공하는 노래를 듣고 기쁨을 얻는 나라로 100명이 산다.

한 해에 라이브 무대로만 노래를 들을 수 있으며 국민 모두가 참여한다.

지난해 두 그룹은 자신들의 히트곡을 10곡씩 불렀다.

한 곡을 부를 때마다 국민 한 사람당 원더걸스는 1만원,소녀시대는 1만2000원의 입장료를 낸다.

인구 변화는 없고 올해도 10곡씩을 불렀는데 국민 한 사람이 치르는 입장료는 약간 올라 1만2000원과 1만5000원이었다.

'음악 나라'가 느낀 만족감을 GDP로 표현해보자.

공연장에서 국민 모두 값을 치르고 음악을 들었기 때문에 지난해 GDP는 2200만원,올해 GDP는 2700만원이다(가격×곡×국민).

그런데 이상하지 않나?

국민 입장에서 두 그룹이 부른 노래로 얻는 기쁨은 변함이 없다.

지난해나 올해나 똑같은 10곡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값이 오른 것을 제외해야만 '음악 나라' 국민이 느끼는 기쁨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게 된다.

값을 기준연도(지난해)에 고정시켜 이를 제거한다.

<표 1>에 보듯이 명목 GDP는 늘어났으되 실질 GDP(곡수)는 변함없다.

이래야만 논리적으로 맞는 이야기가 된다.

이번에는 상황을 조금 변경시켜 지난해 두 그룹이 부른 노래의 곡수가 각각 10곡에서 올해는 원더걸스가 12곡,소녀시대가 15곡을 불러 모두 27곡으로 늘었다고 하자.

분명히 노래 수가 늘어났기 때문에 '음악 나라' 사람들은 기쁨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표 1>의 논리를 그대로 좇아 명목 GDP와 실질 GDP를 구해보자.

명목 GDP는 지난해 2200만원에서 올해 3690만원으로 늘었다.

분명히 더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 명목 GDP가 늘어난 것(68% 상승)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오른 수치에는 가격 변동분을 제외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표 1>과 마찬가지로 기준 연도인 지난해의 가격을 고정시킨 후 더 늘어난 노래 곡수를 적용,즉 가격 변동분을 제외하면 지난해 기준 실질 GDP는 3000만원이 된다.

이는 명목 GDP 3690만에 비해 작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음악 나라' 국민이 더 많은 노래를 들을 수 있어 기쁨이나 만족이 오르긴 했지만 지난해에 비해 올해는 68%가 아닌 36%(3000만/2200만×100-100) 정도 더 늘었음을 의미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곡수로 늘어난 비율도 35%(27/20×100-100) 정도라는 것이다.

가상 국가 '음악 나라'의 생산물이 서로 비슷하고 이를 실질 GDP로 평가하였기 때문이다.

아주 현실적인 수치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한 나라에서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는 아주 많고 다양하다.

따라서 한 나라의 국민 입장에서 볼 때 만족감 또는 물질적 후생은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를 실질적으로 얼마만큼 소비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지 명목 금액상 많다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실질 GDP가 물질적 후생을 재는 지표로서 의미를 갖는다.

결론적으로 물질적 후생을 측정하는 지표로서 실질 GDP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가상의 '음악 나라' 사례를 통해 실질 GDP를 구하는 방법과 왜 실질 GDP와 명목 GDP를 구분 짓는 것이 중요한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노래를 듣는 곡수가 변함이 없음에도 명목 GDP는 오를 수 있다.

실질적인 만족은 하나도 늘어나지도 않았음에도 그렇다.

또한 노래를 더 들을 수 있어 만족은 늘었으되 실질적인 만족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는 물가 상승분을 제외시켜야 하는 이유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처럼 경제 변수에서 물가 상승분을 제외하여야 하는 논리는 앞으로 배울 실질 임금,실질 생계비,실질 이자율 등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기본 원리는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 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측정할 때도 명목보다는 실질 GDP를 이용하여 집계한다.

'음악 나라'의 사례에서도 올해의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에 비해 68%가 아닌 36%가 되는 이유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신문이나 뉴스에서 자주 접하는 경제 성장률은 당연히 실질 GDP의 증가율을 일컫는다.

김진영 KDI 경제정보센터 실장 jykim@kd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