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실시된 일본의 중의원 선거에서 야당인 민주당이 집권 자민당에 압승을 거두었다. 지난 1955년 창당 이래 사실상 54년간 일본을 지배해 온 자민당 체제가 막을 내리고 마침내 민주당 시대가 열렸다는 점에서 이번 선거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도 한국을 비롯 중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간 관계와 질서에도 상당한 변화를 몰고올 가능성이 크다는 측면에서 더욱 그러하다. 자민당 정권이 지난 반세기 동안 역사교과서 왜곡,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과거사 문제 등으로 아시아 나라들과 계속해서 마찰을 빚어온 것과는 달리 민주당은 아시아 나라들과의 관계 강화를 천명(闡明)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 눈여겨 봐야 할 것은 '아시아 공통통화 창설' 등으로 대표되는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비롯한 경제협력체제를 강화하겠다는 대목이다. 실제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일본 정권교체의 경제적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장기 집권한 자민당이 경제와 재정 정책에서 잇따라 실패했고,세대교체 바람도 불고 있다"며 민주당 정부는 한 · 일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등 통상 금융 에너지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시아 · 태평양 지역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산업 육성을 강조해 온 민주당의 집권으로 바이오,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 간 협력 가능성이 커질 것이며 정보기술(IT)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우리 기업들의 대일 수출기회가 늘어날 것이라는 KOTRA의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새 정부의 향후 정국 운영이 과연 순탄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총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내년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단독 과반수를 확보할 때까지는 일단 보수노선을 걷게 될 가능성을 배제(排除)하기 어렵다. 자민당이 민주당의 미국과 아시아 외교 등에 대해 제동을 걸고 나올 수도 있다. 여기에다 사민당 국민신당 등과의 연립방안 등 야당과의 관계설정도 변수로 꼽힌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일본 정치체제 변화에 대비해 미리부터 대화 채널을 확보하고 대북정책 등 구체적인 분야에 걸쳐 공조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등 철저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안된다. 특히 독도 영유권 등 한 · 일간 역사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정책의 변화 가능성에도 적극 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