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五里霧中)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북한 내 체류 행적 때문에 그룹과 현대아산이 애를 먹고 있다.

현 회장의 북한 내 동선은 물론,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석방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 면담 여부 등 방북 성과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돌발상황이 속출하고 있어서다.

현대그룹과 현대아산은 13일 현 회장의 귀환 시나리오에 맞춰 영접할 준비를 했다.

애초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으로 간 현 회장이 방북 둘째 날인 11일 밤늦게 아무런 설명도 없이 귀환일을 하루 연장한다는 소식을 전한 뒤 12일에는 별다른 일정 변경 통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현대 측은 현 회장이 예정대로 13일 오후 2시께 귀환한다고 보고 이날 새벽까지 도착 성명 발표와 기자회견 등에 대비했다.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은 현 회장을 맞으러 개성으로 가기 위해 종로구 계동 사옥을 오전 8시45분께 승용차 편으로 출발했다.

그가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거의 도착할 무렵인 오전 9시40분께 모처로부터 급보가 전달됐다.

현 회장이 북한에 하루 더 체류한다는 소식이었다.

조 사장은 그룹 측에 이 내용을 전하고 현 회장의 방북 기간 연장을 통일부에 신청토록 조처했다.

오전 9시45분께 출입사무소에 도착한 조 사장은 "방금 연락을 받았는데, 현 회장이 체류 일정을 하루 더 연장했다고 전해왔다"고 기자들에게 전한 뒤 출경장으로 들어갔다.

현 회장의 북한 체류가 예상외로 길어지자 현대 임직원들은 그 배경을 궁금해하면서도 그리 나쁜 신호는 아닐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유씨 석방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다 김 위원장과의 면담 가능성도 살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