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중공업의 영국 자회사인 두산밥콕이 '녹색 발전소'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등을 땔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100% 포집할 수 있는 기술을 상용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두산밥콕은 일반적인 공기 대신 산소로만 화석연료를 태울 수 있는 '순(純)산소 연소 실험'에 성공했다고 26일 발표했다.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저탄소 발전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당장이라도 상용화 가능한 기술을 개발한 것은 두산밥콕이 처음"이라며 "이번에 개발한 순 산소 연소기술을 발판으로 저탄소 발전 시장을 선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모든 화력발전소는 원료를 태울 때 자연상의 공기를 사용해왔다. 공기는 산소와 질소로 구성돼 있어 연소과정에서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각종 질소화합물이 나오게 된다. 여기서 지구온난화와 무관한 질소화합물은 놔두고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만 분리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가능하다고 해도 많은 설비와 비용이 들어간다.

반면 순수한 산소만 집어 넣어 발전소 보일러를 돌리면 이산화탄소와 물만 나오게 된다. 부산물 구조가 단순해 이산화탄소만 꼭 집어 포집하기 쉬워진다. 간단한 포집 설비만으로도 이산화탄소를 100% 끌어모을 수 있다. 이렇게 모아진 이산화탄소는 압축과정을 거쳐 폐기된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상용화하는데는 어려움이 컸다. 가장 큰 문제는 순수한 산소만으로는 불이 잘 붙지 않는다는 것.연소 되더라도 화력이 약했다. 두산밥콕이 이번에 성공한 '순산소 연소 실험'은 이런 난제를 해결했다.

두산밥콕은 1992년부터 총 300억원을 들여 순산소 보일러 기술 개발을 추진해 왔다. 이 기술은 2007년 영국 정부로부터 국책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순산소 연소 설비는 기존 화력발전소의 발전설비를 대대적으로 뜯어고치지 않고도 적용할 수 있다. 전력회사나 발전소 입장에서 볼 때 다른 저탄소 발전기술에 비해 매우 경제적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오는 2013년 포스트 교토의정서가 발효되면 모든 화력발전소는 어떤 식으로든 이산화탄소 저감시설을 마련해야 한다. 지구상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40%가량이 화력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처럼 발전소를 짓는 회사들이 반드시 독자적인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을 가져야만 하는 이유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순산소 연소 기술 외에도 다양한 탄소 저감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에는 이산화탄소를 포집 · 저장하는데 필요한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캐나다 HTC사에 지분 투자를 했고 국내에서는 전력연구원과 함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은 화석연료를 개발하는 '석탄가스복합발전(IGCC)' 기술을 연구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앞으로 연간 50조~60조원에 달하는 거대한 '녹색 발전소' 시장이 새로 형성될 전망"이라며 "얼마나 많이 저탄소 기술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세계 발전시장 판도가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