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지인으로부터 최근 "속이 탄다"며 전화가 걸려왔다. 경제개혁연대가 주장한 동부그룹 부당지원 논란 때문이었다.

동부그룹은 비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는 동부하이텍과 전기로 사업을 시작한 동부제철의 채무가 경기침체로 크게 늘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동부하이텍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합금철 회사 동부메탈 매각이라는 정면돌파 카드를 지난해 꺼내들었던 배경이다. 실사를 통해 평가한 당초 회사 가치는 1조5000억원.포스코와 같은 대형 장기 고객사가 70%를 넘는 알짜배기 회사였지만 M&A(기업 인수 · 합병)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매각작업이 지연됐다.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나선 것은 올초.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를 만들어 동부메탈을 인수하기로 했다. 알려진 가격은 8000억원 안팎.당초 실사한 금액의 절반에 불과한 금액이었다.

이달 말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최근 경제개혁연대가 "산업은행이 공적자금을 부실회사에 투입한다"고 반대하고 나서자 동부그룹 임직원들은 억울해했다. "연봉도 30% 반납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알짜배기 회사를 팔아 구조조정에 나서는데 왜 부당지원이냐"는 것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도 사재를 털어 계열사 보증을 했고 회사도 부동산을 팔아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데 "아무 대가도 치르지 않고 공돈을 바란다"는 식의 주장은 터무니없다는 얘기다. "대만에서는 정부가 앞장서 비메모리반도체를 키워주는데 2001년부터 독자적으로 수조원을 투자해온 기업을 너무 홀대한다"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외신에서는 세계 3위 D램 회사인 일본 엘피다가 정부에 공적자금 300억엔(약 3900억원)을 신청했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공적자금으로 일반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산업활력재생특별조치법을 근간으로 '당당하게' 자금수혈을 신청한 것이었다. 게다가 엘피다는 은행권의 도움으로 900억엔(약 1조1700억원)을 받아 시설투자에 나서기로 했다.

각국이 앞다퉈 자국산업 보호에 나서는 상황에서 산업은행이 동부메탈을 인수하는 것이 정말 '지탄받아 마땅할' 부당지원일까. 다른 국가에 밀려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영영 잃고나면 그땐 무슨 주장을 할 건지 궁금하다.

김현예 산업부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