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는 앞으로도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봅니다. 고객들도 대부분 주식 비중을 높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오영국 PB고객부 팀장)

"저는 아직 고객들에게 주식 매수를 적극적으로 권유하지 않습니다. 경기가 살아난다는 확실한 증거가 부족하잖아요. "(이경희 안산지점 PB팀장)

지난 3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PB고객부.이 은행 본점과 주요 지점의 PB팀장 10명이 최근 투자 환경과 향후 전망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지난달 초 1400선을 돌파한 코스피지수가 이후 한 달간 횡보를 거듭하고 경기 회복 조짐과 함께 금리 인상론이 제기되는 등 투자 변곡점이 다시 찾아왔다는 판단에 따라 새로운 투자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토론 결과는 이 은행 PB고객들에게 투자 가이드로 제공된다.


◆주가,큰 흐름으로는 상승세

주가에 대해서는 상승 흐름이 길고 강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과 상승 추세가 잠시 주춤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다. 오영국 PB고객부 팀장은 "지난주부터 북한 핵 실험 등 지정학적 위험이 부각되면서 주가 상승세가 약해졌지만 외국인의 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며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환 반포지점 PB팀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외국인 매수가 계속되고 있지만 개인과 기관이 충분히 받아주지 않고 있어 1500선 돌파가 쉽지 않아 보인다"며 "1400대에서 한동안 머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용숙 영업부 PB팀장은 "고환율 효과가 사라져 가고 있고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따라서 코스피지수 1400 이상을 펀드 환매 기준으로 삼고 신규 투자는 시장의 방향을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큰 흐름에서 봤을 때는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지난 한 달간 이어진 1350~1430의 박스권을 확실하게 뚫고 올라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물 투자 늘려 인플레 방어

세계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풀어놓은 돈이 물가 급등으로 이어지면서 투자의 실질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한 변수다. 기업은행 PB팀은 물가 급등으로부터 수익률을 방어하기 위해 금 원유 농산물 등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진단했다. 지금까지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는 자산 배분 차원에서 최소한의 금액으로 하라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이었지만 앞으로는 이 부문의 비중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오영국 팀장은 "화폐 가치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은 가능성이 매우 높은 시나리오"라며 "실물 투자에 대한 비중을 10% 이상으로 높이는 등 보다 공격적인 자세를 취해도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 자산가들은 이미 연초부터 부동산을 매입하고 최근 들어서는 금을 구입하는 등 실물 비중을 높이는 분위기다. 정헌주 무역센터지점 PB팀장은 "얼마 전부터 PB 고객 중에 금을 구입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원유 구리 곡물 등 원자재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임상빈 PB고객부 과장은 실물 투자를 늘릴 필요는 있지만 환율 변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원화 표시 금 가격이 온스당 150만원까지 올라갔다가 이후 환율 하락과 함께 120만원대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 기대감 확산

회의 참석자들은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져 가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풀린 돈이 자산시장의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향후 6개월 내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뒤이어 시중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에 따라 채권에 대한 투자는 비중을 축소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가격이 하락하기 때문이다. 또 3~6개월마다 이자를 받는 이표채에 투자하기에는 금리가 아직 낮다는 것이다. 조민희 마포지점 PB팀장은 "채권형 펀드는 더 기다릴 것 없이 환매하는 게 현명하고 채권에 새로 투자한다면 잔존만기가 6개월 이내인 채권을 매입해 단기로 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