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의 대통령궁 영빈관.이명박 대통령과 이슬람 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의 공동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한 참모는 연신 "배가 고프다"는 말을 했다.

오후 2시30분이 됐는데도 회견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전 10시 환영식을 시작으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협정 서명식,기자회견 등을 12시40분이면 모두 마치는 게 계획된 일정표였다. 그러나 두 시간 이상 지연되면서 오후 3시 가까이 돼서야 끝났다. 이 대통령은 다음 일정에 뒤늦게 참석해 점심을 오후 4시쯤 해결해야 했다.

외교 관례상 이례적으로 일정이 이렇게 길어지게 된 이유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이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지극한 관심' 때문이었다. 회담 및 기자회견 등에서 그는 "위대한 지도자이신…" 등의 표현을 수차례 써 가며 이 대통령과 한국을 치켜세우는 데 예정에 없던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공항에 깜짝 영접을 나왔던 그는 젊은이들과의 대화,사마르칸트 방문 등 이 대통령의 개인 일정에까지 대부분 동행해 화제가 됐다.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이에 못지않았다. 이 대통령이 카자흐에 오기 직전 들렀던 사마르칸트의 날씨까지 점검했다. 이 대통령의 '컨디션'에 맞춰 대접하려는 취지였다.

두 나라가 이렇게 나오는 이유는 한국의 앞선 정보기술(IT),건설을 비롯한 인프라 등의 분야에서 투자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라는 게 우리 측 분석이다. 우리 정부는 반가워하면서도 다소 부담스런 눈치다. 극진한 환대에 따른 반대 급부가 따를 수 있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이번 정상회담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고 있다. 지지부진하던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이 대통령의 방문으로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는 것이다.

다만 현지 외교가에선 약속이 실천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선진국 간 이 지역에서의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한 만큼 영원한 약속은 없다는 얘기다. 더욱이 카자흐는 지난해 외국 기업과 체결한 계약을 임의로 철회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잠빌 광구는 양해각서를 맺고 5년이 지나서야 운영사 설립 협정이 이뤄졌다. 화려한 의전 뒤에 숨은 뜻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