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사인 화이자의 시가총액은 우리 돈으로 200조원을 넘어섭니다. 건강을 향한 인간의 염원에 투자하는 것이겠죠. 국내 제약사들도 세계로 뻗어가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시가총액 1조원을 넘어서는 기업은 몇 개 되지 않습니다. 또, 어렵고 복잡한 지식이 요구돼 투자에 제약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국내 유망 제약사들을 소개하고 투자포인트를 알려드리는 '기업이 희망입니다'가 오늘 한미약품을 시작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창립 30년만에 대표 제약사로 우뚝 선 한미약품을 유주안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1. (민첩한 회사) 한미약품은 젊다. 젊음의 특징인 민첩함으로 설립 30여년만에 제약업계 2위 제약사로 올라설 수 있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 5538억원, 영업이익 608억원을 거뒀다. 지난 1997년 매출액 1천억원을 돌파한 지 11년만에 5천억원을 돌파한 것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을 대비한 영업조직개편은 회사를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임선민 한미약품 영업대표이사 사장 "1997년 외환위기 때 일부 구조 조정을 한 회사도 있지만 우리는 의약분업을 예상해 서 많은 직원을 새롭게 뽑아 훈련시켰다. 동네 의원 개원가 전체를 풀 카바할 수 있도록 영업능력을 양성해 전문의약품을 키우는 배경이 됐다." 유명한 'PDA 영업'도 이때 나왔다. PDA를 통해 방문스케줄과 주문서, 업무지침을 실시간으로 보고하는 체계로 영업사원은 회사 사무실을 거치지 않고 거래처에직접 출퇴근해 밀착영업이 가능했다. 개량신약의 시초로 꼽히는 고혈압치료제 ‘아모디핀’ 성공 사례도 한미약품의 민첩성을 보여준다. [인터뷰] 이관순 한미약품 중앙연구소장 "여러가지 특허검토를 하다가 암로디핀이라는 성분명이 있는데, 그 성분의 염을 바꾸면 특허를 회피해서 시장에 빨리 들어갈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이 제품은 오리지날 의약품인 화이자의 ‘노바스크’를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2. (한국식 R&D 모델 창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국내 제약시장에서 개량신약이나 복제약 위주 전략이 한국형 연구개발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게 한미약품의 판단이다. [인터뷰] 이관순 한미약품 중앙연구소장 "적은 연구비용으로 상당히 높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어서 우리나라처럼 자본력이라든지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상당히 좋은 연구개발 모델로 생각이 된다." 이 전략으로 100억원이 넘는 대형 품목을 12개 보유하게 돼 포트폴리오도 안정적이다. 최초 개량신약 아모디핀이 지난해 576억원 매출을 올린 것을 비롯해 비만치료제 슬리머가 161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이제는 해외 시장까지 노리고 있다. 역류성 식도염치료제 에소메졸 역시 해외 유명 의약품의 개량신약으로 미국 임상을 거쳐 수출 물꼬를 틀 계획이다. [인터뷰] 장안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금년도에 미국에 에소메졸 미국에서 오리지널 넥시움이 40억달러 팔리는 시장에 들어가려고 한다. 금년도 상반기 말쯤 되서는 미국 FDA 허가신청 들어가서 2010년부터 매출이 일어난다." 개량신약이라는 블루오션 발굴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고 신약개발 단계까지 다가갈 수 있었다. #3. (R&D 모델의 진화) [기자]“이 곳은 한미약품의 연구의 산실 중앙연구소입니다. 한미의 남다른 R&D 전략은 국제무대에 한미의 이름을 알리는데도 기여했습니다.” 지난 1989년 처음으로 항생제 제조기술을 스위스 ‘로슈’사에 수출한 데 이어 외환위기 시절에는 마이크로에멀전 제제화 기술로 스위스 ‘노바티스’ 사에 6천300만달러를 받고 기술을 수출했다. 기나긴 특허분쟁 후 얻은 영광이었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모델은 진화중이다. [인터뷰] 이관순 한미약품 중앙연구소장 "저희회사는 전체 매출액의 11%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앞으로 5년이내 15% 이상으로 확대투자할 예정이다. 제약산업은 상당히 높은 R&D 비용을 필요로 하는 산업이며 이 결과에 따라 회사 성장이나 글로벌화를 가로짓기 때문에 우선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노력은 조만간 신약이라는 성과물로 나올 전망이다.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은 크게 두 가지로, 기존 주사제로만 투약이 가능했던 항암제를 경구제로 만드는 기술과 바이오의약품의 반감기를 늘려주는 기술이다. 항암제를 경구화해 부작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오라스커버리 기술은 현재 임상단계에 진입한 물질이 두 개다. [인터뷰] 이관순 중앙연구소장 “2011년에서 2012년 사이에 발매될 수 있을 것이다. 주로 유방암과 대장암에 효과가 있는 탁솔이라는 물질을 경구화한 오락솔, 위암에 효과 있는 이리노테칸이라는 항암제를 경구화한 오라테칸 두 가지 품목으로 임상하고 있다.”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도 도전은 이어졌다.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기 때문에 약효지속기간이 짧은 바이오의약품의 약효를 늘릴 수 있는 바이오전달(bio-carrier) 기술로 5개의 예비신약후보물질을 보유한 것. 랩스커버리(LAPSCOVERY)라 불리는 이 기반기술 중 1개 후보물질은 이미 해외 유명 제약사에 기술수출됐고 2개 물질은 미국에서 임상을 앞두고 있다. 바이오벤처와 손을 잡고 추가적인 예비신약후보물질 확보에도 나섰다. [인터뷰] 장안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크리스탈지노믹스가 좋은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고 서로 다른쪽에서 연구를 하고 있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앞으로도 좋은 대상이 있으면 얼마든지 투자할 용의가 있다." #4. '글로벌' 한미로 2007년 말,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 설립한 세파계 항생제 전용 공장이다. 세파계 항생제는 페니실린에 대한 내성을 극복한 항생제로 국내 시장규모는 연간 3천~4천억원에 달하며 동시에 한미약품의 매출중 30% 이상을 차지하는 품목이다. 이 곳은 앞으로 한미약품의 수출 기지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기자] “이곳 보관소에는 다양한 의약품들이 수출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미약품 고속성장의 한 축을 이루는 수출은 지난해, 환율이 급등하고 완제의약품 비중이 높아지며 30% 이상 늘었습니다.” 한미약품의 지난 2000년 수출액 규모는 361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77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시작일 뿐이다. 올 하반기 호주에 개량신약 비만치료제 슬리머 수출을 시작으로 유럽에 혈전방지제 피도글 수출을 앞두고 있으며 에소메졸의 미국 임상시험도 진행중이다. [인터뷰] 장안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올해 최소한 해외매출 1억달러를 달성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정도에는 해외매출이 국내 매출보다 많아질 것으로 생각하고 2015년이 되면 최소한도 10억달러, 2020년에는 30억달러까지 가능하다. 지난 1996년 현지 합작법인으로 설립한 북경한미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 2004년 매출액 1억800만 위안이던 매출 규모는 지난해 3억3천700만 위안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세계시장에서 한미의 이름을 알릴뿐 아니라 지분법평가이익에도 한몫 하고 있다. #5. 위기에 도전하며 한미약품에는 또 하나의 도전이 기다린다. 국내경기가 어려워지고 약품영업에 대한 규제가 날로 강화되고 있다. [인터뷰] 장안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우리회사는 올해 정도영업을 통해서 위기를 헤쳐가겠다." 치열해진 영업환경에도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인터뷰] 임선민 한미약품 영업대표이사 "국내사도 저희와 비슷하게 영업조직 개선해왔지만 특히 우리는 의약분업 이후 개원가쪽에 상당히 밀착돼 있어, 고객관리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서 충분한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1970년대 작은 회사로 시작해 30년 후 국내 상위제약사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한미약품엔 이미 외환위기와 의약분업, 두 번의 파고를 넘긴 기억이 있다. 내수시장에 머물던 국내 제약산업을 글로벌 시장에 이름 올리기까지 발빠르게 움직여온 한미약품의 도전에 또한번 기대가 모아진다. 유주안기자 jayou@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