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행 연 2.50%에서 2.00%로 0.50%포인트 내렸다. 사상 최저 수준의 기준금리로,실물 경기가 예측을 크게 벗어난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 경제여건과 시장의 기대를 반영한 금리인하 폭으로 볼 수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후 내놓은 '최근 국내외 경제동향'에서도 소비 투자 등 내수 감퇴,급격한 해외수요 위축에 따른 큰 폭의 수출감소,제조업 감산,서비스업 부진 등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했다. 앞으로도 우리 경제는 세계 경제 침체와 신용경색 지속으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잇따른 금리인하와 유동성(流動性) 공급에도 불구하고 시중의 자금경색은 여전하고 중견 · 중소기업들에 돈이 전혀 돌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출금리도 체감할 만큼 내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아직 그런 상황이 아니라고 했지만,금리를 내려도 시장이 반응하지 않고,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가 일어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까지 우려되고 있는 마당이다.

무엇보다 사상 최저 수준까지 내려온 기준금리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한은의 금리운용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시중 자금사정을 보더라도 금리정책의 효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실정이다. 금리인하가 시장에 먹히도록 하는 대책이 급선무라는 얘기다.

결국 한은의 통화정책은 유동성 공급도 중요하지만 풀린 돈이 시장에 돌도록 함으로써 지나친 경기위축을 막고,금융경색이 기업도산 등 실물경제에 충격을 주는 악순환(惡循環)을 차단하는데 주안점이 두어지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한은은 경제살리기 정책집행의 속도전을 내세운 새 경제팀과의 공동보조를 통해 기업 자금사정을 개선하는데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사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행과정에서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전례없이 강도높은 유동성 대책을 쏟아내고 있는데도 우리 중앙은행만 소극적인 '뒷북치기'로 일관함으로써 대책 마련에 실기했다는 지적이 많았음을 생각할 때 더욱 그러하다. 위급한 경제상황이고 보면 직접적인 회사채 매입 등 선제적 대책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