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 44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는 산적한 현안을 안고 출발했다. 최우선 과제인 경제위기 극복을 비롯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라크 철군,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난제가 쌓여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아시아 문제에 대해선 많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오바마 팀의 정책 리스트에도 아시아 문제는 다소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아시아는 오바마 정권에도 무시할 수 없는 무게를 갖고 있다. 따라서 오바마 팀은 아시아에 잠복해 있는 불씨에 대해서도 복안을 갖고 출발해야 한다.

중국부터 시작해 보자.중국이 향후 지구촌 경제의 중심축을 동북아로 이동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거대한 신흥 시장인 중국 경제의 실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중국은 급격히 둔화되고 있는 경제 성장과 환경 오염,부패된 정치 시스템 등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 역시 오바마 팀을 깜짝 놀라게 할 수 있는 이슈다. 여기엔 북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북한에는 글로벌 시대의 정치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정권이 자리잡고 있다. 북한은 아시아 안보에 위협 요소다. 군사적 분쟁과 핵 확산뿐 아니라 인권 및 난민 문제 등 뇌관들이 많다.

만일 북한 정권이 몰락한다면 한반도 문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독일 통일이 유럽 발전에 기여했 듯이 한반도 통일 역시 궁극적으로 아시아에 번영을 가져다 줄 긍정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정책 당국자들은 북한 정권의 몰락이 한반도와 아시아에 몰고올 단기적인 충격도 면밀히 검토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이제는 오바마 대통령이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듯한 일본 차례다. 오바마 참모들은 일본이 해봤자 '미국의 방위 우산 아래에서 경제 발전에 전념한다'는 '요시다 독트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일본의 물밑에선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일본의 경제력과 국제 무대에서의 영향력에 큰 괴리감이 있다는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본이 갑작스레 경제력에 걸맞은 외교적 · 군사적 힘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오바마 팀은 이 같은 일본의 변화가 아시아 정세와 미국의 안보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오바마 팀은 아직 아시아 문제를 주요 이슈로 취급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집무실 책상의 앞줄에 밀려 있는 현안들에 묻혀 동북아 지역에 잠재해 있는 문제들에 대한 준비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 지금 당장 태도를 바꿔 아시아 문제를 오바마 아젠다의 우선 순위로 올리고 관심을 쏟아야 한다. 그것이 미래에 닥칠 수 있는 큰 어려움을 예방하는 길이다.





정리=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

◇이 글은 북한 전문가로 잘 알려진 니콜라스 에버스타트 미국 아시아정책연구소(NBR) 선임 연구위원이 월스트리트저널에 'Obama and Asia'란 제목으로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