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영배 <G마켓대표 kuyb@gmarket.co.kr>

최근 경기불황 상황을 10년 전 외환위기 때와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당시 'IMF세대'란 말까지 등장하면서 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은 혹독한 취업전쟁을 치렀다. 그로부터 10년 후 취업시장이 미국발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업들의 채용 공고는 찾아보기 힘들고 공기업들도 채용 계획을 축소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회에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젊은이들이 또다시 실망하고 좌절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한 업체에서 구직자를 대상으로 현 상황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는데,사자성어 중 '난중지난'이 뽑혔다고 한다. '어려운 일 가운데 가장 어렵다'는 뜻의 이 사자성어를 보면 젊은이들의 답답한 마음이 가슴에 와닿는 것 같다.

요즘 취업을 하려는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는 '스펙'이다. 학력,학점,해외 어학연수 경험,유학,자격증,봉사활동 등 소위 기업들이 요구하는 취업 조건을 말하는데 요즘 젊은이들의 스펙을 보면 입사지원서 만으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비슷하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 이런 스펙이 참고사항만이 아닌 본질처럼 받아들여지는 게 아닌가 싶어 한 기업의 CEO로서,또 선배로서 씁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스펙이 하나의 고려 요소가 될 수는 있겠지만 모든 것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다양한 역량을 가진 사람들이 그에 맞는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 사회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스펙 향상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있다. 먼저 자신의 타고난 성향과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재능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남과 다른 나만의 차별성을 개발하는 것이 바로 이 시대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기업과 사회에 전반적으로 요구되는 이 시대 경쟁력의 핵심을 크게 세 가지로 꼽는다. 첫째,다른 이의 상황을 배려하고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둘째,기존의 통념이나 관행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끊임없이 본질을 추구하는 합리적 사고력.셋째,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효과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표현력이다. 물론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친구들에게 다양한 시각을 받아들이고 차이를 인정하는 오픈마인드와 기본 체력은 필수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세 가지 요소 중 강점을 보이는 분야가 있을 것이다. 취업난이 심하다고들 하지만 모두가 갖춘 스펙이 아닌 본인의 열정 및 재능을 살린 선택과 집중으로 차별성을 만들어낸다면 자신만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불황으로 고통을 토로하고 있다. 궂은 날씨 속에 맺힌 열매가 더 달듯 현 상황을 괴로움으로만 여기지 말고 지금 상황을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성장통'으로 활용하기 바란다. 역경과 고난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진다. 어려움은 역전을 위한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