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불황'은 올해 소비 트렌드를 결정짓는 최대 요인이다. 경기침체를 넘어 '공황'까지 거론되는 실물경기의 극심한 부진 속에 고용에 대한 불안까지 겹쳐 소비 심리는 한층 얼어붙을 전망이다.

이럴 때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소비자들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가격'이다. 소비자들이 올 한 해 유통 업체들의 판촉 문구에서 가장 눈여겨 볼 표현은 '크레이지 세일','파격 할인' 등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요즘 소비자들은 저질을 감수하고 무조건 싼 것만을 찾지는 않는다. 생필품은 아니지만 자기 만족을 가져다주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최고급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유통 채널을 꼼꼼히 따져보는 '가치소비'를 지향한다.


● 인터넷 쇼핑몰로 더 저렴하게‥온라인 구매로 시간ㆍ교통비 아끼세요

알뜰 소비파들에게 가장 각광받는 쇼핑 채널은 인터넷쇼핑몰이다. 오프라인에 비해 저렴한 가격과 함께 시간과 교통비 등을 아낄 수 있는 부가 메리트도 있다.

국내 인터넷쇼핑몰은 지속적인 성장을 해왔으며,올해엔 백화점마저 제칠 것이란 전망이 속속 나오고 있다. 농협경제연구소는 지난 4일 '2009년 국내 소매시장 전망'보고서에서 올해 인터넷쇼핑몰 매출액은 21조2000억원으로,백화점 매출액(20조1000억원)을 추월할 것으로 예측했다. 롯데백화점 유통산업연구소도 지난해 말 2009년 전망에서 온라인 쇼핑몰 시장 규모가 백화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백인수 롯데 유통산업연구소장은 "백화점과 인터넷쇼핑몰의 매출 역전 현상은 피할 수 없는 대세"라며 "백화점들도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던 명품의 인터넷 판매를 늘리는 등 온라인 채널의 활용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PB상품과 소용량 제품 인기‥마트 PB상품으로 조금이라고 더 싸게~

불황기 실속 소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대형마트 자체 브랜드 상품(PB)과 소용량 제품이다.

PB제품의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국내 대형마트의 매출에서 PB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0%대에서 올해는 20%대로 높아질 전망이다.

PB 상품의 영역도 과거 의류ㆍ생활용품에 국한돼 있던 것에서 최근에는 가공식품 전반과 신선식품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집 근처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등에서 한 번에 필요한 양만큼만 사는 소용량 구매도 소비 트렌드의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슈퍼마켓이 대표적인 불황형 유통 매장으로 꼽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대형마트 역시 신선식품 등에서 소용량 상품 전문 코너 등을 확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 아울렛에서 가치 소비‥고급제품은 아울렛서 합리적으로

불황기에도 자신이 소중히 여기는 아이템에 대해서는 고급 제품을 찾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 경우 소비의 가치는 극대화하면서 비용은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가치소비'가 트렌드를 이룰 전망이다. 명품 매장 대신에 재고 및 이월상품을 취급하는 아울렛 매장이 가치소비족들이 많이 찾는 쇼핑 채널이 될 것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가 아울렛 신규 출점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롯데는 지난해 광주월드컵점과 김해점(12월)을 차례로 개점한데 이어 경기도 파주시 통일동산에 프리미엄 아울렛 3호점 오픈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도 부산 기장에 첼시 아울렛 2호점을 준비 중이다.

이와 함께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는 '스몰 럭셔리'상품,유기농 신선식품 및 웰빙 먹거리 등에 대한 선호도 식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성민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