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계열사 사내방송 중계로 시무식 대체

삼성생명 이수빈 회장은 2일 신년사를 통해 "위기의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을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이 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모든 계열사에 동시에 방영된 사내방송을 통해 "우리 삼성이 오늘날 일류기업의 대열에 올라선 것도 위기 뒤의 기회를 살렸기 때문"이라며 "남들이 지체하고 있을 때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더 강하게 만들고 미래를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 당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대나무는 마디를 맺으며 더 강해지고 연은 바람이 거셀수록 더 높이 난다"고 했던 발언을 인용하면서 위기 뒤의 기회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우리는 온 세계가 불황에 빠지고 거대한 글로벌 기업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경험했다"며 "영원할 것 같던 글로벌 금융사들이 망했고 금융은 물론 자동차, 전자, 건설 등 업종을 가릴 것 없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러한 충격은 올해에 더욱 심해지면서 국내외 경기가 급격히 침체하고, 기업들은 시장점유율 다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앞으로 존망을 건 무한 경쟁의 와중에 무수한 기업이 사라질 것이며, 삼성도 결코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이제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며 "10년 전 우리는 변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각오로 IMF 위기를 극복했고, 올해 우리는 다시 한번 변화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며 변화와 개혁을 강조했다.

한편 신년 첫 사내방송에서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임권택 영화감독, 탤런트 지진희씨 등의 축하메시지가 이어졌고, 이 회장이 신년사를 하는 동안 1995년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있었던 '불량 휴대전화 화형식' 등 삼성그룹 성장의 주요 고비가 됐던 장면들이 동시에 방영됐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