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토마토먹고 항암 치료, 바나나먹고 백신 효과
인간의 질병 먹거리로 치료한다


세계는 생명공학 작물 개발 경쟁

비타민이 부족한 사람들은 "비타민이 대량으로 함유된 쌀이 있으면 별도로 비타민을 섭취하지 않아도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수 있다.

또 살 찌는 게 두려워 먹고 싶은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들은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은 없을까"하는 바람을 가져봤을 것이다.

먹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이런 생각이 전혀 실현 불가능한 공상은 아니다.

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전혀 새로운 기능을 가진 생명공학 작물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명공학 작물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주장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이들이 대중화되기 까지는 적잖은 난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생명공학 작물이란 생산량 증대,유통·가공의 편의,상품의 강화를 위해 유전공학기술을 이용,기존의 자연적인 번식 방법으로는 나타날 수 없는 형질이나 유전자를 지니도록 개발된 새로운 종의 생물체를 말한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이라고도 부른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다양한 생명공학 작물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생명공학 작물의 세계를 들여다보자.

⊙ 비타민A가 풍부한 '황금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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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쌀'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는 1990년대 초반 스위스 정부 산하 기술연구소와 독일의 한 대학에 의해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유럽연합의 농업기술 개발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필요한 자금을 지원받았다.

이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베타카로틴 부족 현상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쌀에 베타카로틴을 생산하고 저장할 수 있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데 성공했다.

기존 쌀에는 비타민A가 풍부한 베타카로틴의 생산과 저장 능력이 부족해 결과적으로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 비타민A 부족으로 인한 어린이들의 실명과 임산부의 영양 부족을 초래해 왔다.

황금쌀이 상용화될 경우 쌀을 주식으로 하는 국가에서는 비타민A 부족으로 인한 질병을 현저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항암 토마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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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듀대학교와 미 농무부(USDA) 산하 미국농업연구소는 암과 싸우는 토마토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이다.

이 새로운 토마토는 심근경색은 물론 유방암과 전립선암의 위험을 낮춘다고 알려져 있는 리코펜의 함량이 기존 토마토의 세 배 이상이다.

연구진은 효모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토마토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이 새로운 토마토 품종을 개발했으며,효모 유전자는 리코펜 같은 물질을 형성시키는 화학물질 생성에 영향을 미친다.

토마토에는 세포의 손상을 차단하는 여러 가지 항산화물질이 들어 있으며,그 중 대표적인 것이 리코펜으로 지금까지 암과 심장병 위험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많은 연구 보고서들이 발표됐다.

미국농업연구소의 오터 마투 박사는 "이번 연구가 농업생명공학이 어떻게 음식의 영양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라며 "결국 농업생명공학이 인간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다.

연구팀은 리코펜 함량이 풍부한 토마토의 상업화가 향후 2∼5년 내에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 백신 바나나

바나나는 맛이 좋고 활용도가 높아 소비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과일 중 하나다.

칼륨과 섬유질이 풍부하며,항산화제 비타민C의 주요한 공급원이기도 하다.

바나나는 바이러스,선충,균류 등에 저항성이 있는 형질을 갖도록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연구되고 있다.

바나나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바이러스 중 BBTV와 BBrMV는 얇은 막을 씌운 단백질이나 바이러스의 레플리카제 유전자를 바나나에 삽입함으로써 이들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또 농업생명공학 기술을 통해 특정 병원체에 면역 반응을 유발하는 항원을 함유한 생명공학 바나나도 개발되고 있다.

바나나는 맛이 좋고 조리하지 않고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생명공학작물로 개발하기에 매우 적합하다.

미국 코넬대학교 보이스 톰슨 연구소의 찰스 안젠 박사는 최근 백신들은 제조 시점에서 사용되기까지 냉장보관이 필요하기 때문에 보관 과정에서 그 효과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냉장 보관이 깨지는 순간 백신이 파괴되기 때문이다.

백신효과를 지닌 제약작물 개발이 성공할 경우 바나나와 같은 과일을 먹는 것만으로도 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 해결되지 않은 안전성 논란

생명공학 작물 개발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기업들과 미국 정부는 생명공학 작물이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해충과 잡초에도 잘 견디는 품종을 개발하면 단시간 내에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고,제조체와 살충제 사용도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해 새로운 유전적 특징을 지닌 식품을 인간이 섭취할 경우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독소가 생겨날 수도 있다는 게 반대론자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유럽의 시민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부터 줄기차게 생명공학 작물 반대 운동을 펼쳤고,이로 인해 식품회사와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생명공학 작물을 자사 제품과 매장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은 생활협동조합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반대운동을 펼쳐왔으며,일부 식품회사들은 생명공학 작물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의 경우에는 1996년 이래 아무런 조치나 표시 없이 콩,옥수수 등의 생명공학 작물을 먹어왔으나 2001년부터 표시제가 시행되면서 소비자들이 생명공학 작물을 알아보고 선별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됐다.

김동윤 한국경제신문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