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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욱 타라스튜디오 사장(38)에게 결혼사진을 맡긴 유명인은 셀 수 없이 많다.

'기념사진은 국내 최고'라고 자부하는 웨딩 포토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첨단 유행흐름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 청담동에 작업실을 4개나 갖고 있다.

1996년 중앙대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사진 전공자들이 선호하는 패션이나 광고분야 대신 결혼사진쪽으로 눈을 돌렸다.

결혼사진은 전공자들이 '터부'시 하던 분야였다.

다른 분야보다 작업이 쉽고 이미 사진관에서 도제식으로 배운 비전공자들이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으로도 사업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전공자들이 뛰어들지 않았던 분야인 만큼 최고가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결혼사진이라고 생각했어요."

1997년 1월부터 대학선배가 운영하던 스튜디오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듬해 1월 서울 강남 논현동 힐탑호텔 뒤에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은행빚 20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1층에 분식점과 치킨집이 있는 영세한 건물의 지하창고였습니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50만원,직원은 한 사장 외에 1명뿐이었다.

규모가 작고 인지도도 낮으니 장사가 될 리 없었다.

"기존 결혼사진과 차별화하고 상류층을 파고들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동시에 최신 유행이 무엇인지,상류층 사람들은 무엇을 먹고 입는지 보기 위해 무작정 청담동 카페와 음식점을 찾아다녔습니다."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만남이 이 무렵 이뤄졌다.

청담동의 한 음식점에서 유명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 황재복씨의 눈에 띄게 된 것이다.

"웨딩 잡지에 실린 제 작품을 보고 황 선생님은 이미 저를 알고 계신 상태였죠.이런 데까지 일부러 찾아다니며 공부할 정도면 감각과 열정이 뛰어날 것이라고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이후 황씨의 주선으로 손님들이 하나 둘 찾아오기 시작했다.

주로 명망가 자제들을 상대로 기반을 다져나갔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1999년 7월 청담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하지만 보증금 2000만원,월세 110만원에다 스튜디오를 짓는 데 3000만원을 쏟아붓다 보니 은행빚은 5000만원으로 불어났다.

"30대 초반의 나이에 5000만원은 엄청난 액수였죠.다른 스튜디오들과 차별화를 이루지 못하면 여기서 주저앉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독특한 생각을 갖게 만든 것 같습니다."

당시 결혼사진은 경복궁이나 도산공원 등지에서 야외촬영을 하는 것이 유행이었다.

하지만 한 사장은 '다시 예전처럼 실내로 돌아가서 차별화하자'고 마음먹었다.

여기에 청담동 일대에서 유행하던 '젠 스타일(동양적인 간결한 여백의 미를 중요시 하는 스타일)'로 스튜디오를 꾸며 포스트모던한 이미지를 주려고 노력했다.

"젠 스타일로 결혼사진을 찍는 것이 파격적이라 처음엔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천편일률적인 결혼사진에 싫증을 느낀 고객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죠.

덕분에 은행빚도 6개월이란 짧은 기간에 갚을 수 있었습니다."

2001년 탤런트 김호진·김지호 커플을 시작으로 연예인들도 즐겨 찾기 시작했다.

2002년을 시작으로 사업을 확장해 작년까지 총 4개의 스튜디오를 갖추게 됐다.

논현동 창고에서 월 100만원도 손에 쥘 수 없었던 젊은이가 이제는 연 2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리는 사업가가 된 것이다.

타라스튜디오에서 3년간 고객관리를 해온 정미영 매니저(28)는 "크게 사업을 하는 것을 보고 그저 가정환경이 좋은 분인 줄만 알았다"면서 "하지만 지금의 성공 뒤에 어떠한 고난이 있었는지를 알게 된 후부턴 '무서운 분'이란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 사장의 목표는 미국 진출이다.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유행의 첨단을 걷는 도시에서 승부를 해보고 싶어한다.

"해외 고객들의 취향을 조사한 뒤 제 스타일을 가미한다면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사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