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사랑합니다,건배."


지난 9일 오후 서울 하얏트 호텔 2층 연회장.산학정 정책과정(원장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의 10기 입학식이 끝난 후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한 테이블의 수강생 10명이 각자 잔을 들고 이같이 외쳤다.


이날 식사에는 일체의 술이 제공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대신 물잔으로 건배를 '성사'시켰다.


다들 이 행사에서 처음 만나 얼굴을 익힌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다.


처음에는 서먹서먹했던 다른 테이블의 입학생들도 경영 법률 과학 등 자신의 분야에 대해 이야기보따리를 늘어놓느라 연회장은 식사시간 내내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위성복 원장은 "오는 17일 경기도 포천으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갈 예정"이라며 "오리엔테이션에서 술을 한 잔씩 걸치면 다들 10년지기 친구들처럼 친해진다"고 말했다.


산학정 정책과정이 사회지도자 인맥 형성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산학정 정책과정은 산학연종합센터(센터장 황선우)가 지난 2001년 경원대(총장 이길여)와 공동으로 개설한 6개월 코스의 민간 지도자 교육과정이다.


과정을 다 마쳐도 정식 학위를 받지 못하고 등록금도 1000만원으로 고액이지만 일주일에 2번씩 화려한 강사진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무엇보다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 간 '인맥 쌓기'의 장으로 알려지면서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산학연 종합센터는 초기에 60명의 수강생으로 과정을 운영했지만 수강 지망자들이 늘어나면서 지난해부터 정원을 100명으로 늘렸다.


위 원장은 "전에 과정을 수료하고도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기 위해 다시 등록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귀띔했다.


수강생의 70%가량은 중소기업의 최고경영자(CEO)나 중견·대기업의 임원급 간부다.


업종은 건설,전자,화학,IT(정보기술) 등 다양하다.


나머지 30%는 정부 각 부처의 고급 관료,정치인,법조인,연예인 등 각계 각층의 인사로 구성돼 있다.


지난 5년간 최석식 전 과학기술부 차관(1기),정영섭 동일제지 대표(2기),최수영 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독성연구원 원장(3기),탤런트 김창숙(4기),김재훈 전 금오공대 총장(7기) 등 700여명이 이 과정을 거쳤다.


이번 10기에는 정호목 씨앤씨전자 대표,김광수 서울전자통신 대표,김강욱 서울지방중앙검찰청 부부장검사 등 101명이 새로 참여했다.


10기 과정은 14일 이한동 전 국무총리의 강의로 시작해 오는 6월 27일 이수성 전 국무총리의 강의로 끝을 맺는다.


강의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하얏트호텔 연회장에서 오후 7시부터 시작해 1시간40분 정도 진행된다.


이들은 강의를 함께 들으면서 동기들과 경영,법률,의료 문제 등 서로 간의 고민을 털어놓고 조언을 얻는다.


최준주 한국농촌공사 부사장(4기)은 "강의를 들을 당시 병원에 대한 정보가 급히 필요했는데 동기 병원 관계자로부터 각 질환별 실력이 좋은 대학병원 교수들을 소개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의 일정이 모두 끝난 뒤에는 부부동반 졸업여행을 간다.


10기는 오는 7월 일본 홋카이도로 3박4일의 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각 기수는 수료 후에도 '원우회'를 조직,한달에 한번 정도 정기적으로 모여 친교를 쌓는다.


이경구 국민은행 명동영업부장(8기)은 "매달 셋째주 토요일에 동기들끼리 골프모임을 갖는다"며 "여름에는 부부동반으로 휴가를 함께 간다"고 말했다.


산학연 종합센터는 그동안 정책과정을 거친 수료생과 강사들로 구성된 총동창회를 다음 달 출범,매년 1회 이상 정기모임을 가질 계획이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