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은 외환위기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됐던 지난 90년대 후반,'초록매실''가을대추''아침햇살'로 대박을 터트렸다.


당시 메이저 음료 회사들은 생존을 위해 상대방 제품을 벤치마킹하거나 외국의 히트 상품을 수입하는 데 급급한 때였다.


하지만 웅진식품은 기존 음료에 만족하지 못해 다른 '대안'(alternative)을 찾는 소비자들을 주목했다.


수개월간의 조사 결과,이런 사람들은 커피나 콜라 같은 자극적인 음료보다 몸에 좋은 마실거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집에서 매실 농축액이나 대추 달인 물을 회사에 가져와 마시는 사람이 많았다.


우리 땅에서 나는 매실 대추 쌀 등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고 맛도 좋은 음료를 만들면 커피나 콜라를 외면하는 이런 비(非)고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로 '초록매실''가을대추''아침햇살' 등이었다.


결과는 대히트. '초록매실'은 출시 8개월 만에 1억병이 팔렸다. "초록색병이 모자라서 팔 수 없을 정도였다."(조운호 웅진식품 사장). 이를 가능케 한 소비자집단은 바로 건강을 챙기는 중노년층이었다. 기존 음료의 주 타깃인 젊은층은 물론 비고객이었던 중노년층까지 사로잡음으로써 웅진은 '전통재료로 만든 건강음료 시장'이란 블루오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기업들은 경쟁이 심해질수록 기존 고객들에게 더욱 집착하며,고객의 서로 다른 취향에 맞춰 시장을 더욱 세분화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블루오션을 창출하기 위해선 기존 고객보다는 비고객에게 집중해야 한다. 비고객이란 좁게 보면 우리 상품을 쓰지 않고 다른 회사 것을 쓰는 사람이다.


조금 더 넓히면 우리 업종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업종에서 욕구를 채우는 소비자들이다.


아주 넓게 보면 우리 상품의 존재조차도 모르는 사람들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


비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이제껏 반성 없이 그어온 시장의 경계를 재구축해야 한다. 고객 입장에서 보면 업종 구분 같은 것은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산업을 예로 들어 보자.주말 저녁 관객들로 북적대던 강남의 모 영화관이 어느 날부터 한산해졌다면 보통 인근에 새로운 극장이 생겼다고 판단하기 쉽다.


이는 경쟁이 같은 업종,같은 산업 내에서만 이뤄진다는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결론이다.


고객들의 시각에서 보라. A영화관을 가지 않는 사람은 대개의 경우 B영화관이 아니라 전혀 다른 대안을 찾는다. 영화관 대신 안락한 의자와 무료 주차장을 갖춘 레스토랑이나 커피숍,백화점 전자오락실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비고객을 사로잡기 위해선 그들이 원하는 '안락한 의자''무료 주차장' '레스토랑이나 커피숍''오락실'을 가미한 새로운 영화관을 설립하면 된다.


그런 사고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CJ CGV(26,800 +2.10%)나 메가박스 같은 멀티플렉스다.


문제는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비고객 집단이 어디에 있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대안산업 △전략그룹 △구매자 그룹 △보완적 제품이나 서비스 △산업의 기능적·감성적 성향 △시간의 흐름 등 여섯 가지 통로(6 paths)를 통해 비고객들이 어디에 몰려 있는지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들 비고객이 우리 상품이 아니라 다른 대안을 선택하는 이유는 그들이 선호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비고객 가운데 우리 고객이 될 만한 집단을 찾아내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가치를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이를 회사에서 실현하는 데는 절차가 필요하다. 상업화하려면 구매자 효용성,가격,비용,도입에 관련된 문제를 검토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략 수립시 '구매자 효용성 검증→전략적 가격 책정→목표 비용 설정→도입 장애 극복'의 순서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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