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는 "뫼(산의 옛이름)에서 뛰논다"해서 붙여진 순 우리 이름으로,어른들에게는 아직도 귀여운 곤충으로 기억되고 있다. 시골 들녘에 흔했던 메뚜기는 아이들에게는 친근한 동무였는데 메뚜기떼를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하루 해가 저무는 줄 몰랐다. 배고팠던 시절에는 날개와 다리를 떼어내 기름을 두른 '메뚜기 볶음'이 좋은 먹거리였고,서민들의 술안주이기도 했다. 메뚜기가 무서운 곤충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펄벅이 중국대륙을 배경으로 쓴 장편소설 '대지'가 아닌가 싶다. "이윽고 하늘이 캄캄해지고 대기는 메뚜기떼의 날개가 부딪치는 소리로 가득찼다. 그리고 밭으로 소낙비처럼 떨어져 왔다. 메뚜기떼가 내려앉은 밭은 잎사귀 하나 볼 수 없을 만큼 처참했다." 이러했기에 중국인들은 메뚜기떼의 공습을 하늘의 재앙으로 여겼는가 보다. 중국인들은 메뚜기떼의 공격을 통치와 결부시키기도 했다. 황제와 관원들이 국민들을 핍박할 때 응징의 징표로 메뚜기떼가 도래했다고 믿었는데,메뚜기를 벌레 '충'변에 임금 '황'자를 써 황충(蝗蟲)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다. 메뚜기를 퇴치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황제가 먹었다 해서 황충이라 했다는 설도 있다. 요즘 이집트를 비롯한 이스라엘 등지의 중동지방에 수십억 마리의 핑크빛 메뚜기떼가 들이닥쳐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외신들이 전하고 있다. '50년만의 재앙'이라는 메뚜기떼의 기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자 급기야 수니 이슬람의 최고기구인 이집트의 알 아즈하르가 메뚜기를 잡아먹는 것은 종교적으로 인정된다는 파트와(이슬람법 해석)를 발표했다. 이 발표가 나오기 무섭게 '메뚜기 샌드위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다량의 인(燐)을 함유하고 비아그라보다 정력에 효과적이라는 소문 때문이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밭두렁 옆에 웅덩이를 판 뒤 불을 피워 메뚜기를 유인하거나 닭과 찌르레기 등을 이용해 메뚜기를 물리치는 방법을 택하기도 했다. 첨단과학도 기를 펴지 못하는 메뚜기의 위력이 새삼 놀랍기만 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