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몰에서는 똑같은 모델이 3만원이나 싸던데.이 가격에 줘요." "저희도 남는 게 있어야죠.그 가격에는 도저히 못 드려요." 29일 서울 테크노마트.한 가전 매장에서 소형 TV를 싸게 사려는 고객과 점원 간에 흥정이 벌어졌다. 고객은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에서 뽑아본 가격보다 매장 가격이 비싸다며 따졌고 점원은 그 가격에는 팔 수 없다며 손을 저었다. 한참 실랑이 끝에 고객이 요구한 가격보다 1만원 높은 선에서 흥정이 끝났다. 이런 모습은 요즘 집합전자상가 매장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불황이 지속되면서 유통업체들은 이윤을 줄인 할인행사를 잇따라 열고,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들은 이런 판매가격을 여과 없이 공개하고 있다. 인터넷 탓에 누군가가 값을 내리면 경쟁 상인들도 따라서 내리는 등 전자상가 상인들의 출혈 경쟁은 끝이 없다. 상인들은 "이러다간 다 망한다"면서 "불황보다 무서운 게 출혈경쟁"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합전자상가 상인들이 챙기는 이윤은 2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쟁이 가장 심한 부문은 백색 가전.불황이 본격화되기 전인 2년 전만 해도 29인치 컬러TV 한대를 팔면 6만∼7만원 정도의 이윤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2만원 남기기도 벅차다. VTR 소형 냉장고 등의 이윤은 많아야 2만원을 넘지 못한다. 2년전 이윤의 20∼30% 수준이다. 휴대폰이나 디지털카메라는 기껏해야 1만원이 남는다. 중소 상인들로 이뤄진 집합전자상가들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막강한 가격교섭력이 있는 전자양판점과 할인점에 밀리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격을 내리면 따라 내리지 않을 수 없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공동 물류도 해보지만 한계가 있다. 한두 품목만을 집중적으로 싸게 파는 중소 인터넷몰들도 버거운 적수다. 테크노마트의 한 상인은 "소비자들은 갈수록 질 좋고 싼 물건만 찾는다"면서 "인터넷에서 가격비교를 해가지고 오는데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또 "그렇다고 소비자를 탓할 수 없지 않느냐"며 전화기를 들고 연신 공급업체와 가격 흥정을 했다. 송형석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