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이 심각하다. 일부에선 창업을 취업의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창업은 선택이지 대안일 수 없다. 창업은 상당한 자금과 풍부한 경험, 예측능력, 운, 의지 등이 두루 요구된다. "어떻게 되겠지" 하는 안이한 생각으로 덤벼들었다간 큰 코 다치기 십상이다. 애완동물 전문용품 사업을 하는 황양원 사장(34). 그는 지난 98년 대학 졸업후 곧바로 창업전선에 뛰어들었다. 맨 처음 시작한 사업은 광고인쇄업. 그뒤 웹컨설팅 사업을 거쳐 지난해부터 애견용품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악의 경제위기로 빚어진 취업난을 창업으로 정면 돌파한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황 사장의 경우다. ◆ 성공을 향한 발걸음 =황 사장은 지난해 3월 애완동물용품 온라인 유통업에 뛰어들었다. 웹디자이너인 아내의 도움을 얻어 인터넷사이트(www.dogsncats.co.kr)를 개설, 자택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50평짜리 점포까지 마련,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 갈래로 사업을 진행중이다. 월 평균 매출도 첫달 수백만원 수준에서 5천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올초 회원수 4만명에 달하는 인터넷쇼핑몰(www.animal114.com)도 인수,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덕분에 애완동물용품 도매상들에게도 '말빨'이 먹혀들고 있다. 신용카드사에서는 애견전용카드를 만들자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애견업계의 각종 모임에서도 '거물'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아직은 휴식할 시간이 없다. 매출에 비해 손에 쥐는 순이익은 그리 많지 않다. 마진이 빈약한 까닭이다. 인터넷쇼핑몰 2개를 운영하다보니 투자비용도 '빈독에 물붓기'식이다. 제품보관비와 같은 물류비용만 2억원을 웃도는 실정. 직원 5명을 거느린 황 사장의 월수입은 5백만∼6백만원. 새벽에 일어나 물품수급 상황을 체크한뒤 도매상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제품포장까지 해야하는 수고에 비하면 많지 않은 수입이다. 황 사장은 그러나 "다른 업체들이 덤핑을 치고 나올 때 대응할 수 있을 만큼 확실히 자리를 잡아 수입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께 지금의 인터넷쇼핑몰을 애견전문 포털사이트로 확장하고 독자브랜드로 애견용품도 직접 생산하겠다는 계획이다. ◆ 성공 비결 =적절한 아이템 선택이 성공의 5할 이상을 결정한다는게 황 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미국 일본 등의 호황사업과 국내 시장현황, 성장성 등을 꼼꼼히 조사한뒤 애완동물용품 판매사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자료가 풍부하지 않았지만 애견시장이 성장사업이고 주고객이 중상류층이다보니 불황을 덜 타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감은 어느 정도 적중했다. 애견사업에도 여지없이 불황이 찾아왔지만 다른 사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게 황 사장의 설명이다. 예상치 못한 복병은 업체간 출혈경쟁. 현재 애견용품시장엔 인터넷쇼핑몰만 3백개가 난립하고 있다. 한 업체가 덤핑을 치면 한순간에 가격질서가 무너질 정도. 살아남는 방법은 적정 마진 확보밖에 없었다. 소규모 거래처에 불과한 황 사장은 도매상과의 협상에 사활을 걸었다. 사업계획서를 들고 밤낮 가리지않고 도매상들을 만나 설득했다. "1년뒤 거대 도매상이 되면 신세를 갚겠다"는게 요지. 처음 물건 대주기도 꺼리던 도매상들도 황 사장의 끈기에 감복, 그의 팬이 됐다. "사업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것"이란 황 사장의 지론은 이런 배경속에서 생겨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