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장례과정에서 삼성이 현대측에 각별한 애도의 뜻을 표시, 한국의 대표적인 재벌가문인 삼성가와 현대가의 관계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이건희 삼성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는 정몽헌 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첫 날인 지난 4일 빈소를 방문한데 이어 발인 전날인 7일 심야에 빈소를 다시 찾았다. 이 상무는 빈소에서 정몽구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사장과 꽤 긴 시간얘기를 나누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상무는 지난 4일 방문에서도 약 2시간 동안 빈소에 머물면서 정 부사장을 비롯한 현대가 3세들과 얘기를 나누는 등 친분을 과시했다. 이 상무는 재벌가 2, 3세들의 모임에는 참가하지 않고 있지만 비공식적이고 개인적인 통로를 통해 정 부사장 등 현대가 3세들과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 5일에는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학수 구조조정본부 사장, 이수빈삼성생명 사장 등 삼성의 수뇌진들이 대거 빈소를 찾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 상무가 빈소를 두 번이나 방문한 것에 대해 "첫날은 당연히 애도의 뜻을 표하기 위해 조문하러 간 것이며 발인 전날 찾아간 것은 다른 일정 때문에 영결식 때 참석하지 못하게 된 데 대해 미리 양해를 구한다는 성격이 짙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이 이처럼 정몽헌 회장의 장례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창업세대이후 현재까지 재계를 양분하면서 서로에게 라이벌 의식을 느껴온 한편 한국 경제를 함께 이끌어 왔다는 자부심과 공로도 서로 공유하고 있는 삼성가와 현대가의 특수한관계가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 상무의 두번째 빈소방문에서는 정몽헌 회장의 사망으로 선장을 잃고 표류할 우려가 높아진 대북사업에 대한 삼성의 입장이 전달된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금강산 관광 등 대북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높지만 대북사업에 투입돼야 할 비용 등을 감당할 수 있는 그룹은 현실적으로 삼성과 현대차 밖에 없다는점을 감안하면 대북사업을 둘러싼 논의가 두 그룹사이에서 물밑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재계 관계자들은 관측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신삼호기자 s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