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올해 임단협 파업사태가 갈데까지가는 형국이다. 노사는 지난 4월18일 상견례후 지금까지 100일 동안 실무교섭 외 26차례나 본교섭을 했으나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피해대로, 쟁점은 쟁점대로 남긴채 휴가가 끝나는 8월 초로 협상을 넘겼다. 25일 이달 교섭을 끝낸 노조는 오는 28일부터 8월3일까지 여름휴가에 들어가며휴가 후에도 파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휴가전에 끝내라'는 시민의 촉구나 특소세 인하로 인한 특수기대, 국가 및 지역경제 충격, 협력업체 도산, 대외 신인도 추락, '미래를 생각하자'는 회사측 호소등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지난달 20일부터의 잔업 거부와 25일부터 시작된 파업으로 지금까지 회사는 9만5천800여대의 자동차를 생산하지 못해 1조2천676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소세 인하를 계기로 오랜 내수 침체에서 벗어나려나 했던 기대가 무너지고 수출부두는 선적할 차가 없어 비어있다. 8월로 가면 노조는 투쟁한만큼 더 얻어려 할 것이고 회사는 손실이 커진만큼 줄여력이 없어져 협상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안팎의 사정을 감안해 여름휴가 전에 타결되길 바랐던 조합원들은 협상이 막상8월로 넘어가게 되자 집행부를 향해 "이왕 늦은 것 확실하게 하라"며 기대심리를 키우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1개월 이상 파업한 조합원들이 월급날인 다음달 5일 '무노동 무임금' 원칙에 따라 100만원이상 삭감된 임금을 받고나면 파업투쟁을 이끈 집행부에 보전대책을촉구해 사태가 더욱 꼬일 것으로 우려된다. 이렇게 되면 집행부는 조합원들의 관심이 많은 퇴직금 누진제와 상여금 인상,혹은 그에 상응하는 성과물을 얻어야 하고 올해 국내 임단협을 이끌어온 만큼 노동계의 '대정부 투쟁'을 접을 명분도 찾아야 한다. 정치투쟁의 핵심이자 임단협의 주요 쟁점이었던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 즉시 시행과 비정규직 차별철폐 등에 대해 노동계가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반면 회사는 장기파업으로 파국에 직면한 마당에 이미 제시한 임금 9만5천원 인상과 성과급 200%, 격려금 100% 지급 외에 더이상 내놓을게 뭐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금속노조의 주5일 근무제 시행 합의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는 재계가 마지막보루인 현대자동차에 가할 '원칙고수' 압력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파업사태를 휴가 전에 끝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8월로 넘어가게돼 아쉽다"며 "회사로서도 더이상 내놓을게 없어 파국을 맞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울산=연합뉴스) 서진발기자 sjb@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