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간단하다. 정부는 파업이 벌어지면 '법대로 처리한다'고 공언하지만 막상 파업 수습단계에 이르면 정치적으로 타협하거나 사법처리도 흐지부지돼버리기 때문이다. '용두사미 솜방망이 대응'을 되풀이하다 보니 노조들이 정부를 우습게 알고 불법파업을 하는 것이다. 노조가 요구조건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장기물을 부수어도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설사 구속이 되더라도 대부분 얼마 안가 풀려나 원직·복직되고 있다. 감옥에 있을 때는 노조에서 생활비를 지원해주고 있어 경제적 불편 역시 거의 느끼지 않는다. 또 감옥에 갔다옴으로써 '별'을 추가해 노동계 내에서의 위상도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 보니 노조는 툭하면 불법파업을 자행하고 있다. 지난해 법을 어기며 집단행동을 벌인 사업장은 모두 66곳.이 과정에서 87명의 근로자가 구속됐다. 참여정부 들어서도 26명이 노사분규와 관련해 구속된 상태다. 이중 화물연대사태와 관련해 화물차주 9명이 불법파업을 주도한 혐의로,두산중공업 노조원 2명은 경비원을 폭행하다 각각 구속됐다. 하지만 노조원들이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상당수는 국경일이나 연말·연시 대통령의 사면·복권조치로 풀려나고 있다. 또 회사나 정부의 배려로 많은 해고자들이 원직·복직되고 있다. 실제로 철도노조 1차 파업 때인 지난 4월20일 정부는 94년 이전 해고된 51명 중 45명을 재취업시키는 데 최대한 노력한다고 합의했다. 경제 피해에 대한 재계의 무원칙한 대응도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 합법파업은 물론 불법파업을 벌여도 협상이 타결되면 무노동무임금 원칙을 적용하지 않고 생산장려금 등 각종 명목으로 파업기간 중 받지 못한 임금을 보전해주고 있다. 특히 공장기물 파손,폭력 등으로 생산 차질을 빚거나 회사에 손해를 끼쳐도 눈감아주기 일쑤다. 겉으로는 손해배상·가압류 청구소송을 내지만 대부분 취하해주고 있다. 지난 2000∼2002년 사용자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배소·가압류 액수는 64건에 1천3백억원에 달하고 있으나 이중 5천30억원은 취하됐고 7천7백48억원 정도가 진행 중이다. 국내 노동운동의 잘못된 관행도 불법파업을 강행하는 요인이지만 법적 대응을 외면하는 게 더 큰 요인이라고 노동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불법파업에 대해선 형법·민법으로 모두 다스리게 돼 있지만 사용자나 정부 모두가 너무 온정적으로 대응하다 보니 불법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