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이성태한은 부총재가 금리 결정에 정부가 과거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재경부를 비롯한 정부는 그동안 '금리 외압설 '이 불거질 때마다 일관되게 부인했기 때문에 이 부총재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게 될전망이다. 21일 한은과 국회 재경위에 따르면 이 부총재는 지난 19일 한은법 개정을 논의하기 위한 법안심사소위에 출석해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콜금리 결정시 과거 정부가 압력을 넣은 행태를 폭로했다. 이 부총재는 "1998년 개정 한은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통화 정책 방향 결정을 위한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정부 관계자가 한은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콜금리 인하를 요청한 적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 관계자들이 금통위원들에게도 금리 결정과 관련해 협조를 부탁한과거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작년 6월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고 있을 당시 한은은 시중의 단기유동성을 줄이기 위해 총액한도대출 축소를 추진했으나 정부 반대로 제때에 실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금리 결정에 압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고 통화 정책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은법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총재는 이와 관련 "국회 법안심사소위에서 98년 이후에도 정부가 한은 총재나 금통위원들에게 금리 결정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가 있었다고 얘기한 것은 사실이나 '지난달이나 최근에 그런 일이 있었다'거나 '지금의 총재나 금통위원들에게 압력이 있었다'고 발언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한은 관계자는 "이 부총재는 평소 원칙을 중시하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밀어붙이는 성격인 만큼 소신 발언으로 이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부총재의 국회 발언은 박 총재가 지난달 금통위에서 통화 정책을 갑자기 변경한 것과 관련 '금리 외압설'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하늘에 맹세코 외압은 없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된다. 올 들어 '금리 인하 불가론'을 견지하던 박 총재는 지난 4월29일 청와대에서 김진표 재경부총리 등과 회동한 뒤 곧바로 금리 인하 쪽으로 통화정책 변경 방침을 밝히면서 정부의 외압으로 금리를 인하하기로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 왔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무게와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만약 금통위 때마다 정부가 금리 결정과 관련해 압력을 행사해 온 것이 사실이라면 박 총재는 '진실성'에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