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사회가 마라톤 회의 끝에 매출채권 8천5백억원 출자전환을 골자로 하는 지원방안을 결의, SK글로벌 청산-SK그룹 해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할 수 있게 됐다. 가뜩이나 경제형편이 좋지 못한 상황에서 다른 한국기업 및 국가신용까지 추락시키며 대혼란을 가져올 수도 있었던 위기를 넘기게 된 것은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니다. 소버린자산운용 등 외국인 주주와 소액주주,SK노조,일부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이번 결의로 SK글로벌은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게 됐고 채권단도 채무조정안을 확정할 수 있게 됐다. 이번 이사회 결의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SK㈜ 입장에서만 보면 매출채권 출자전환 등으로 대규모 손실이 현실화해 경영충격이 상당하다. 소버린을 비롯한 주주와 노조가 줄기차게 출자전환 반대 목소리를 높여온 것도 바로 이 때문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번 결의가 SK그룹이나 나라경제에는 물론 SK㈜ 자체의 이익에도 결코 배치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우선 SK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매출채권 중 얼마를 챙길 수 있을지가 불확실한데다 주유소 영업망 신규확충 등을 위해서도 엄청난 자금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룹측이 SK글로벌을 청산할 경우 2조원 이상의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추산했고 삼일회계법인의 실사에서도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를 훨씬 웃돌았다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 특히 이번의 이사회 결의는 사내이사(2명)보다 사외이사(5명)가 더 많은 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솔직히 상장회사의 사외이사는 민감한 경영상의 문제에 대해 반대하는 것보다는 찬성하기가 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대를 할 경우는 배임소송 등 책임문제를 피해갈 수 있지만 찬성할 경우는 그런 문제를 감수할 각오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외이사가 과반을 점한 이사회에서 이 결의가 나왔다는 것은 SK글로벌 지원방안이 그만큼 회사의 이익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내용이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본다. 사외이사를 포함한 이사진이 제반 요인을 충분히 감안해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의무'를 다하면서 '경영상의 판단'을 내린 이상 이를 법원으로까지 가져가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못하다. 소버린 등 SK주주들과 노조는 법정공방으로 체력을 소비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더 빨리 SK글로벌과 그룹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에 힘을 모으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