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에 대해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에 대한 뜻을 접고 콜금리 동결로 세계적 저금리 조류에 동참했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결정은 세계경제의 침체 가능성에 대비해 내린 조치로 해석된다. 그러나 미국경제 회복의 불확실성과 이라크와의 전쟁 가능성으로 국내 경제 침체 가능성은 있지만,국내금리는 다른 국가들의 금리정책과 달리 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 점진적 인상이 필요한 시점이다.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한다고 해도 재계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미 금리인상에 대한 논의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에 금리인상에 따른 파급효과는 시중금리에 충분히 반영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최근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 이유도 적절한 투자대상이 별로 없다는 데 기인하므로 최소한 현시점에서는 금리의 점진적 인상이 기업의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 경제의 침체가능성도 금리인상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먼저 국내 경제는 올해에 6% 정도의 성장률이 예상되고,내년에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더라도 5% 안팎의 성장은 가능하기 때문에 경기 침체 가능성보다는 견조한 회복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진다. 미국경제의 침체 가능성과 이라크와의 전쟁에 대한 불확실성 역시 이미 국내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의 흐름에 어느 정도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때문에 최악의 상황이 아니라면 국내 경제의 침체를 초래하는 심각한 충격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내 경제가 침체기를 벗어난 것이 확실한 상황하에서 초저금리 수준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다면,저금리의 긍정적 효과보다는 가계부문의 차입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하게 마련이다. 특히 작년 경제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공급된 과잉유동성은 올해 들어 부동산가격 급등,가계대출의 증가로 인한 가계 부실화,그리고 자금의 투기화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어 건실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소하는 것이 급선무다. 올해 말에는 가계대출 증가로 GDP 대비 가계부채규모가 선진국 수준인 80%선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투기성 부동자금이 3백조원이 넘는 등 과잉유동성으로 인한 자금수급의 불균형과 자금흐름의 왜곡이 심각한 상황이다. 더 이상 이러한 자금시장의 문제들을 방치한다면 최근 부동산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정책 효과도 그리 오래 가지 않을뿐더러 세계경제 침체로 인한 국내 경제의 침체 가능성보다 훨씬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이 파생될 수 있다. 이러한 금리인상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과잉으로 인해 저금리 구조가 고착돼 가고 있는 상황하에서 금리인상이 저금리 구조와 과잉유동성 문제를 해소하는 데 당장은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자금시장에 과잉유동성이 있는 상황에서 세계경제 침체 우려가 가신다면 국내 경제는 오히려 건실한 경제성장보다는 부동산가격 급등 같은 자산시장의 버블만 초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인상의 진정한 효과는 이때에 가서야 비로소 나타날 것이다. 세계경제의 침체와 불확실성으로 인한 국내 경제 침체에 대한 우려보다 부동산시장 버블과 같은 경제의 왜곡문제에 대비한 금리의 선제적 점진적 인상이 중요하다. 또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부실 한계기업의 퇴출과 최근 이완돼 있는 기업 구조조정의 촉진을 위해서도 금리는 단계적으로 인상될 필요가 있다. 지금은 풍부한 유동성과 저금리 구조가 한계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높여주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경쟁력제고를 위해 엄격한 구조조정을 소홀히 하는 부정적 효과를 경계할 때다. 그동안 금리정책의 실기로 인해 손상된 금리정책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중앙은행은 올바른 정책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namjh@ccs.sogang.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