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하니웰연구소에서 기술정보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K과장은 국내 연구기관이나 정보전문사이트에서 쓸만한 연구개발(R&D) 정보 찾는 것을 포기한지가 오래됐다. 어느 곳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 파악하기 어렵고 정보문헌 데이터베이스(DB)를 찾아들어가도 얻을 수 있는 자료라고는 고작 학위논문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K과장은 "실제 연구에 도움이 될만한 응용데이터나 실험정보들은 DB화가 안돼 있고 설사 있더라도 공개하는 곳이 드물다"며 "최신 연구동향이나 응용정보들을 얻기 위해 주로 해외 학회나 협회사이트를 뒤진다"고 털어놨다. 독일계 전자부품회사인 M사 R&D연구소의 L소장은 국내 과학기술정보서비스들이 제공하는 인력 DB 검색을 통해 최근 관련분야의 전문인력들을 알아보려 했으나 헛수고만 했다고 밝혔다. 검색결과 나오는 인력의 수가 적을 뿐 아니라 내용도 간단한 프로필 정도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L소장은 "그나마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 검색된 전화번호나 직장주소가 틀리기 일쑤였다"며 "DB 내용을 전혀 신뢰할 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과학기술 DB 축적량은 2000년말 현재 8백68만건으로 일본(6천8백만여건)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건수뿐만이 아니다. 질적으로는 선진국들과 더 큰 차이가 난다는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선진국들은 원문 전체와 연구과정에서 발생한 사실정보들을 중심으로 DB화하고 있으나 국내 DB는 여전히 초록 문헌이나 연구결과내용 위주의 '도서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기술동향 정보분석 기술예측 등 '고급정보'도 턱없이 부족하다. 콘텐츠에도 문제가 있다. 서로 비슷하고 중복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는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개발된 콘텐츠가 표준화되지 않아 상호 공동제작 및 활용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학기술정보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지 않아 연구개발성과가 산업계로 이전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최근 공공연구기관과 대학 기업 등의 R&D 인력 2천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정보 활용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입수정보의 낮은 품질'이 꼽혔다. 이들은 연구프로젝트나 연구결과의 사업화 과정에서 자료 수집 등 정보 활동에 전체 시간의 25%를 투입한다고 응답했다. 정부출연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관련기술정보 수집과 분석만 끝나면 연구프로젝트의 절반 이상은 끝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 기술정보시스템 구축 투자 늘려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김치용 박사는 "기술정보 유통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DB화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며 "정보의 직접적 생산자인 연구소들을 전문정보센터로 육성, 쓸모있고 가치있는 정보들을 DB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서는 연구개발정보를 상업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IT(정보기술) BT(바이오 기술) NT(나노기술) ET(환경기술) 등 4T에 대한 핵심연구개발 정보를 전략적으로 상업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 정보유통관리체제 강화해야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과학기술정보를 제공하는 공공기관은 KISTI 과학재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국가과학기술전자도서관(NDSL) 등 10곳이 넘는다. 과학기술인력 DB 검색을 제공하는 사이트도 20여개에 이른다. 정부부처와 공공기관 단체 협회 등이 경쟁적으로 정보를 제작,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를 조정해 주는 기구가 없다는 점이다. KISTI 등 정부출연연구소와 과학재단, 대학연구소가 각각 확보하고 있는 분야별 DB간 연계 및 통합 작업이 부진한 것도 시스템 차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정보 이용에도 많은 문제점이 발생하고 있다. 임수경 LGCNS 공공사업부문장은 "누가 어떤 정보를 갖고 있고 어떻게 찾아가는지를 모른다는게 문제"라고 말했다. KISTI 원동규 박사도 "이용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과학기술정보포털 구축이 시급하다"며 "각 기관들의 정보서비스를 조정, 연계하고 표준화를 추진하는 종합과학기술정보유통관리센터를 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송태형 기자 strong-korea@hankyung.com [ 협찬 : 삼성 포스코 산업기술평가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