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광고가 진화하고 있다. 위스키 광고전이 치열해지면서 더이상 술병만을 보여주는 광고로는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없기 때문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윈저17과 하이스코트의 랜슬럿은 각각 현대와 중세를 연상시키는 지면광고로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한 컷의 정지화면이지만 수많은 상징들로 소비자들의 무의식을 자극한다. 윈저의 광고 시리즈는 성(性)적 환상을 자극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윈저17 광고도 '섹슈얼리티'를 주된 코드로 적극 활용했고 거기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더했다. 술병 속 여인은 술이 가득 찬 오크통을 들고 있다. 허리의 곡선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금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은 천천히 오크통의 술을 따른다. 떨어져 내리는 술줄기가 여인의 몸이 그리는 곡선과 일치한다. 금빛으로 처리된 위스키 빛깔은 여인이 입은 드레스 빛깔과 합쳐지면서 술과 여인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검은 가죽옷을 입은 윈저12의 모델이 노골적으로 소비자를 유혹했다면 윈저17 모델의 유혹은 훨씬 은은하고 은유적이다. 여인은 술의 금빛 이미지와 하나가 되면서 '나를 마시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천년 전설'이란 카피를 이용한 랜슬럿 광고는 제품명과 광고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것이 특징. '아더왕 전설'의 분위기가 광고에도 그대로 전해진다. 술병과 술잔 뒤로 보이는 거친 배경이 신비로움을 더한다. 아더왕 전설에서 랜슬럿은 뛰어난 검술과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기사로 등장한다. 랜슬럿은 전설의 주인공인 아더왕보다 훨씬 많은 전투에 등장해 수많은 모험을 한 끝에 영웅으로 칭송받는다. 하지만 그는 아더왕의 아내인 귀네비어와 사랑에 빠지면서 주군을 배신하게 된다. 충성보다 사랑을 택한 원탁의 기사 랜슬럿. 이제 천년이라는 시간을 뛰어넘어 위스키의 모습으로 소비자들 앞에 서 있다. 광고는 아무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위스키를 마시면 모든 전설을 들려주겠다는 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