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사장은 누구도 못말리는 미식가다. 수첩에는 전국에 산재한 맛있는 음식점의 위치와 전화번호가 빼곡히 적혀 있다. 허름해도 맛있고 값싼 곳이면 그의 단골집이다. 강 사장은 한번 단골집으로 삼은 음식점은 영원한 단골집으로 만든다. 음식점 주인도 그의 팬이 될 정도다. 서울에선 강남보다 강북에 단골집을 훨씬 많이 두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단골집에 대해 소문을 내지 않는다. 친한 친구에게만 살짝 귀띔해 주는 정도다. 손님이 너무 많으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까 우려해서다. 괜히 값만 비싸고 맛없는 호텔 음식점이나 관광식당은 될수록 멀리하는게 철칙이다. 그는 N사의 SS우동과 S라면 애호가이기도 하다. 인천공항 건설현장에서 8년 동안 살다시피 했을 때 SS우동의 맛에 반해 버렸다. 요즈음엔 같은 식품회사 짬뽕면에 이끌려 하루 한 끼씩 반주를 곁들여 즐기고 있다. 라면 끓이는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당연. 강 사장은 생명사상에 흠뻑 취해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세상에 태어난 풀 한 포기라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것. 소설가 박경리씨의 생명사상을 흠모하는 이유다. 길가 이름 모를 꽃 한송이에 아름답다고 말해 주면 다음날 그 꽃이 더 예뻐진다고 믿을 정도다. 영종도 공항 근처에는 조그만 규모의 땅을 사놓았다. 영종도는 일조량이 많아 고추농사가 정말 잘 된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