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한때 국세청 홈페이지가 마비상태에 빠졌다. 이날부터 시행된 전국 4백93만여 공동주택에 대한 기준시가를 알아보려고 접속자들이 대거 몰려든 탓이다. 최근에 집을 사고팔았거나 당장 매매 계획을 갖고있지 않더라도 자기집이나 관심있는 아파트의 기준시가가 얼마나 올랐는지 궁금한 네티즌이 많았단 얘기다. 이를 '집값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라고 바꿔 말해도 무방할 것 같다. 국세청은 지난해엔 예년과 같이 7월1일자로 공동주택 기준시가를 고시했다. 그런데 그새 아파트 투기열풍이 불어닥쳤고 올해는 고시일자를 3개월이나 앞당겨 발표했다. 불과 9개월,이 기간에 우리 경제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먼저 최고급 아파트와 서민아파트를 비교해보자. 1백60평형의 서울 힐데스하임 빌라 기준시가는 30억6천만원. 지난해보다 9억원(42%) 급등했다. 제일 값싼 대구 범어아진 아파트 6백80채 값이다. 작년에는 5백40배 차이였으나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지역별로도 분명한 흐름이 잡힌다. 서울 강남·송파·강동·양천·서초구 등 '강남지역'은 20% 이상씩 올랐다. 반면 강원,전남·북,충남·북,제주 등지의 오름폭은 2%대 미만이었다. 제자리걸음을 했지만 이를 두고 재산이 유지됐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집있는 사람과 무주택자를 비교해보면 어떨까. 허리띠를 졸라매온 예비수요자의 허탈한 심정은 짐작이 갈 만하다. 이쯤 되면 최근 성장률이 6%에 달했다는 예상밖의 성장세가 어디서 기인하며 무디스의 국가신용 A등급 회복의 과실은 앞으로 또 어느 계층으로 집중될지도 쉽게 짐작이 간다. 이 9개월 사이에 경제가 좋아졌다는 말이 곳곳에서 나왔다. 통계수치들도 좋다. 그러나 "경제가 나아졌다지만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서민,저소득층의 푸념들이 결코 과장이 아님을 기준시가가 웅변해주고 있다. 짧은 안목으로는 "건교부는 과연 주택정책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이,긴 시각으로 보면 "정부 경제정책의 지향점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절로 나온다. 허원순 경제부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