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올들어 선심성 정치논리에 의해 경제정책이 왜곡돼선 안된다며 한 목소리를 내왔다. 올해 예정된 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 월드컵 등 국가적 행사를 앞두고 '인기영합적 정치행태'와 '불법적 집단행동'을 경계해왔다. 지난 2월 전경련이 부당한 정치자금을 내지 않겠다고 결의했을 때도 모두 같은 입장에 섰다. 그러나 대선후보들의 선거공약을 평가하겠다는 대목에선 손발이 맞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이 공약평가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전경련 등은 난색을 표명하면서 단체간에 불협화음이 일고 있는 것. 경제단체들이 대선공약 평가방침을 공식 발표한 것은 지난 4일.경제5단체 회장 명의의 '금년 국가대사에 즈음한 경제계 제언'을 통해서다. 경제5단체를 포함한 60여개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 자리였다. 5단체장들은 당시 제언에서 "경제계는 대선후보들의 공약을 면밀히 검토·평가해 정치논리로 경제를 희생시키는 선심성 인기영합주의와 반시장경제주의적인 제도개선 추진을 철저히 배격하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열흘이 흐른 지난 14일 전경련 고위관계자는 회장단회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약평가는)기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어렵고 실효성도 의문"이라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관계자는 "(상급단체인)경단협의 실무회의에 참석해 이같은 전경련의 입장을 개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런 상황에서 경단협의 사무국을 맡고 있는 경총에선 19일 '내달중 공약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이르면 5월부터 공식 활동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하튼 단체장들이 합의해 발표한 사항에 대해 반대의견이 나오는 것이나,충분한 실무검토작업을 거치지 않고 '강행' 입장을 밝힌 것이나 국민들에게 비치는 모양새가 썩 좋지는 않다. 더군다나 정권 말기의 '레임덕 현상'으로 인해 경제단체는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중 하나로 꼽히는 상황이다. 경제단체들의 보다 세련된 목소리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손희식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