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적선동에 자리잡은 현대상선 홍보팀은 요즘 '자동차 운반선이 팔려도 수익구조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하기에 바쁘다. 최근 자동차 운반사업을 해외에 매각키로 했다고 발표한 후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주가약세에는 연간 1천5백억원의 이익을 올리는 알짜사업이 팔리고 나면 현대상선은 그야말로 '속빈 강정'이 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하이닉스의 주가 움직임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 2월 중순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제휴가 임박했다는 소식에 주가는 예상을 뒤엎고 추락세를 나타냈다. 지난 겨울 내내 마이크론과의 협상소식을 재료로 상승을 거듭했던 주가가 정작 제휴 임박설에는 곤두박질친 것.이유는 현대상선과 비슷했다. 이같은 양상을 단순히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격언으로 설명하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 운반사업이나 D램이 해당기업의 핵심사업이라는 것과 이들 사업의 매각이 추진되는 것은 일찌감치 시장에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증권시장의 수많은 '학습효과'에 의해 주가의 상승탄력이 꺾이는 시점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알았을 것이다. 따라서 뉴스에 샀다가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잘못 맞췄다고 볼 수도 있다. 이런 사례들을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부실기업 처리과정을 지켜보는 기본적인 시각을 세워놓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증시격언을 되새기지 못해 투자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해당기업의 여건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부실기업들은 채권은행들의 직·간접적인 지원으로 연명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정상화 과정 역시 은행주도로 이뤄지고 있다. 부실기업들이 핵심사업을 매각하는 목적은 대부분 부채상환을 위한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데 있다. 엄밀하게 말해 당장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외자유치나 자산매각에 성급하게 현혹돼 기업 가치를 과대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조일훈 산업부 대기업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