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9.11"테러와 그로 인한 일련의 전쟁을 미리 예고라도 하듯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의 충돌"을 얘기했다. 하지만 우리가 언제 이슬람 문명을 제대로 알고나 있었던가. 서양 중심,기독교 중심의 세계관이 자아낸 이슬람에 대한 "편견과 무지의 충돌"은 아닌지.전쟁 당사자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이번 사태가 어쨌든 이슬람을 조금이라도 알고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된 듯하다. 각 방송사마다 이슬람 관련 특집방송이 줄을 이었으니 말이다. TV 속의 이슬람 백화점으로 눈을 돌려 보자.폐쇄적인 이슬람 사회에도 백화점은 있고 이곳에도 세계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명품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다. 여기서 드는 궁금한 생각 한가지.돈 많은 마나님들이 쇼핑 백을 몇 개씩 들고 차도르 차림으로 쇼핑을 즐기는데,과연 그 명품 의류들을 어떻게 입을까. 답은 간단하다. 차도르 속에 입는다는 것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 명품의류를 차도르 속에 입고 있는 이슬람 여인들.피부색 종교 국적에 관계없이 인간의 소비욕과 표현욕은 인간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OX"라는 브랜드의 브라질 여성화장품 광고는 그런 심리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차도르로 얼굴을 감싼 여인의,루즈를 바라보는 강렬한 눈길을 보라.엄격한 율법이 온 몸을 꽁꽁 감싸고 여자의 입술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가로막지만,마음 속 욕구까지 막을 순 없다. 가려졌기에,은밀하기에 더 강렬한 욕구.이것이 바로 광고를 통해 소비자와 제품을 연결짓는 지점 아닐까. 이 법칙은 한국의 소비자와 광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어온 소비자에 대해,우리의 광고는 오해와 편견의 시선을 던져 오진 않았는지.기업과 광고가 오히려 차도르(차단막)을 걸치고 소비자를 바라 보지는 않았는지. 소비자의 마음에 담긴 속 마음,광고의 출발점은 바로 그곳이어야 한다. < 대홍기획 표문송 차장(카피라이터) dalnorae@daeho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