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사태가 최근 2주 사이에 대통령이 다섯번씩이나 바뀌는 진통을 겪으며 혼미를 거듭하고 있다.새해들어 페론당 소속의 에두아르도 두알데 상원의원이 새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일단 정치적 진공상태는 면한듯 보이지만 페론주의를 신봉하는 구정치인 중 한 사람인 그가 경제위기에 어떤 식의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결국 국민적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고 얼마 못가 또다른 위기에 직면할수도 있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는 것도 페론당이 추구해온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라고 본다. 193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7위의 경제력을 자랑하던 나라가 오늘날 이 지경이 된 데는 한 두 정권의 정책실패로는 설명할 수 없는 '원죄(原罪)'같은 이유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1940년대에 노조세력을 바탕으로 집권한 후안 페론의 포퓰리즘 정책이 두고두고 후대에 고통을 물려주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 페론은 집권내내 노조의 무리한 임금인상과 연금확대 등의 요구를 수용하는 등 노동계층에 편중된 각종 사회·경제정책을 시행함으로써 국력을 탕진했다. 생산력은 도외시한채 분배에만 관심을 두는 정책은 결과적으로 사회에 무절제한 욕구와 이기주의를 증폭시키게 됨을 페론주의는 확인시켜 주었다. 연이은 쿠데타와 집권세력들의 부정부패가 국가기강을 무너뜨리게 되었던 것도 페로니즘의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1천3백20억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국가가 취할수 있는 정책이란 뻔하다. 정부지출을 대폭 삭감하고 국민들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는 것밖에 달리 길이 있을 수 없다.그러나 아르헨티나의 경우 국가부도 위기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총파업을 벌이고 사회집단들은 IMF가 요구한 긴축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투쟁에만 열을 올렸다는 것은 사회전반의 위기 둔감증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말해준다. 아르헨티나 사태는 무분별한 정치적 포퓰리즘이 불러올 수 있는 온갖 부작용이 한데 얽혀 곪아터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국가재정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남발되는 사회복지의 확대 등 선심정책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아르헨티나 사태는 분명하게 보여준다. 최근들어 고통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잊혀져가고 정치 사회적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데다 선거를 의식한 각종 선심성 공약과 정책들이 쏟아지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볼 때 아르헨티나 사태는 많은 교훈을 주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