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식음료와 유통업계에 외자계 진출이 눈부시다. 해외 다국적기업들이 잇따라 국내 업체를 인수하고 사업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들어서 해태제과 OB맥주 등이 "외국계 회사"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할인점 업계에서는 까르푸,삼성테스코 등이 공격적인 점포 확장으로 신세계 이마트 등 국내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통업계가 외국계기업의 전쟁터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식.음료및 주류=올 한해 외국계기업들의 공세가 가장 두드러졌던 분야다. 우선 한국 제과산업의 대명사였던 해태제과가 창립 56년만에 외국인 손에 넘어갔다. 해태제과는 지난 7월 CVC캐피털 JP모건 UBS캐피털로 구성된 해외 투자컨소시엄에 제과사업 부문과 관련 자산을 매각키로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 매각금액은 4천1백50억원.이에따라 롯데제과,동양제과 등 국내업체들과 해외업체간 시장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외국계업체들의 경우 그동안 유통망을 확보하지 못해 국내 시장을 뚫는데 한계를 느꼈던 게 사실.그러나 이번 인수로 해태제과의 기존유통망과 마케팅력을 고스란히 흡수한데다 자금력까지 강화돼 공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보다 한발 앞서 지난 6월에는 OB맥주가 외국계 회사가 됐다. 두산이 OB맥주의 지분 45%(5천6백억원)를 네덜란드 투자회사인 홉스사에 넘겨 두산그룹과 인연을 끊었다. 현재 두산의 OB맥주 지분은 5%에 불과하다. OB맥주의 1대주주는 벨기에 인터브루사로 지난 98년 2억7천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50%를 사들였다. 국내 맥주시장은 토종인 하이트맥주와 OB맥주가 54대46으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토종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내실을 완전히 다진 후에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서는 외국계의 특성상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게 하이트측 입장이다. 할인점=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테스코의 약진이 눈에 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업계에서 최단시간내 매출 1조원을 돌파하는 기록을 작성했다. 올해초 7개 매장에 불과했던 홈플러스는 최근 활발한 출점으로 매장수가 2배로 늘어났다. 내년에도 11개점포를 오픈할 계획을 세워놓는등 업계에서 가장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고 있다. 삼성테스코는 삼성과 영국 대형 유통업체인 테스코사가 합작으로 설립했으나 테스코사 지분이 81%로 사실상 외자계 기업이다. 홈플러스는 삼성그룹의 이미지를 활용한 현지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에게 거부감없이 성공한 케이스로 꼽힌다.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계 할인점인 까르푸 역시 토착화 전략으로 시장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쇼핑패턴을 고려해 단순 창고형 할인점에서 쾌적한 쇼핑공간을 마련한 대형 매장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 광복절에는 소형 태극기를 나눠주는 행사를 가져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까르푸가 변했다"는 소리를 듣기까지 했다. 최근들어 점장 및 부장급 인사에 한국인을 전면 배치하는 등 인사 및 고용정책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까르푸 관계자는 "연공서열이나 인맥 등 기존 관행에서 벗어난 실적주의 인사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