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꾸준하게 저점을 낮춰오던 환율이 11주만에 1,270원대로 진입한 데 이어 지난 3월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공급 우위의 장세에 의해 차츰 레벨을 낮추던 환율이 지난 6개월여동안 단단하게 지지돼 오던 1,280원을 모처럼 깬 것. 하락 추세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됐으며 시장 주변 여건도 하락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다. 이날 발표된 3/4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예상보다 높은 전년동기대비 1.8% 성장했다는 소식이나 최근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은 펀더멘털도 하락에 가담했다. 주가도 상승세를 보였으며 외국인 주식순매수도 규모는 크지 않으나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하락을 위한 제반여건은 일단 갖춰졌다. 재정경제부의 구두개입이 있었으나 자연스런 하락 흐름으로 감지한 시장은 큰 동요가 없었다. 시장 수급에 기인한 하락 추세를 보였기 때문에 당분간 이같은 흐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나 일본과의 수출경쟁력을 감안한 엔-원 비율, 당국의 개입 등에 대한 경계감이 낙폭 확대를 막는 요인이다. 2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3.50원 내린 1,276.80원에 마감했다. 지난 3월 13일 1,275.30원에 마감된 이후 가장 낮은 수준. ◆ 하락 흐름 연장 = 당분간 매수세력이 없기 때문에 추가 하락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 하락으로 정유사 등의 결제수요나 역외매수세도 꼬리를 감춘 상태다. 또 보유물량을 아직 완전하게 털어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나올 수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당국이 막지 않았으면 1,275원 아래로 내려섰을 것"이라며 "자연스런 하락추세인데다 특별히 살 데가 없어 당분간 1,270원대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내일 거래는 1,274∼1,280원에서 이뤄질 것"이라며 "달러/엔의 상승과 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하나의 관건으로 작용한다"고 덧붙였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역내외 모두 기존 포지션이 무거웠던 탓에 견디지 못하고 완만하게 흘러내렸다"며 "시장수급에 기인한 흐름이고 구두개입도 투기성이 없는 흐름에선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정 레벨에 대한 당국의 개입조치가 없다면 당분간 하락추세는 이어질 것"이라며 "1,275원 아래는 힘들다는 인식으로 박스권이 1,270∼1,300원 범위로 하향 이동하는 추세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하락 여건 풍성 = 지속적인 달러 공급 우위의 장세는 1,280원에 대한 경계감을 서서히 누그러뜨리며 자연스럽게 하락을 유도했다. 업체들도 1,270원대로 환율이 내려서자 물량을 내놓았으며 결제수요는 눈에 띠지 않았다. 역외세력도 개장초부터 꾸준하게 손절매도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에서는 기존에 무겁게 유지했던 포지션을 덜어냄으로써 환율 하락을 적극적으로 도모했다. 달러/엔 환율은 오후 5시 7분 현재 123.22엔으로 소폭 오름세다. 일본 보험회사들의 파산 등에 따른 불안감이 엔화를 잠식하면서 전날 뉴욕 마감가인 123.14엔에서 혼조세를 띠다가 상승세로 방향을 틀었다. 달러/원에 변수로서 작용하지 못했으나 엔 약세-원 강세로 엔/원 환율은 1,036.11원까지 내려섰다. 재경부는 이날 오후 "최근의 엔화 약세 및 주변국 통화동향 등을 감안할 때 지나친 원화강세는 바람직하지않다"며 "정부는 시장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구두개입에 나섰다. 그러나 잠시 동요가 있었을 뿐 현 시장흐름 자체가 투기성격을 띠지 않고 있어 시장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밤새 역외선물환(NDF)환율은 아래쪽으로 밀리는 흐름을 연출하며 1,283.50/1,284.50원에 마감, 국내 시장의 하락 흐름을 그대로 좇았다. 전날보다 0.70원 오른 1,281원에 출발한 환율은 개장직후 1,280.50원으로 내려선 뒤 9시 39분경 이날 고점인 1,281.40원까지 올랐다. 대체로 1,280∼1,281원 근방에서 눈치장세를 펼치던 환율은 11시 30분경 1,279.90원으로 내려선 뒤 11시 46분 1,278.10원까지 미끄러졌다. 이후 환율은 소폭 반등하면서 1,278.70원에 오전 거래를 마쳤으며 이보다 10원 오른 1,278.80원에 오후장을 열었다. 환율은 오후장 개장 이후 차츰 물량 공세에 되밀리며 2시 24분경 1,276.70원까지 내려섰다. 그러나 환율은 이내 정부의 구두개입이 나오면서 2시 30분경 1,278.2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다. 환율은 일시적으로 저점을 다시 찍거나 1,278.50원까지 반등하기도 했으나 대체로 1,277원선에서 거닐다가 장 막판 4시 24분경 1,276.40원으로 저점을 내렸다. 장중 고점은 1,281.40원, 저점은 1,276.40원으로 지난 8월 16일 장중 1,274.50원을 기록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가리켰다. 변동폭은 5원으로 최근에 비해 확대된 움직임.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231억원, 120억원의 주식순매수를 기록했다.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순매수 규모가 크지 않아 환율에 변수로서 작용은 못했다. 주가도 장중 혼조세를 거치기도 했으나 전날보다 9.11포인트, 1.48% 높은 624.56에 마감, 달러매도 심리에 무게를 실었다.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19억4,42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12억3,34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8,230달러, 1억6,100달러가 거래됐다. 23일 기준환율은 1,278.7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