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언저리를 맴돌면서 이같은 저유가 추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가 큰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유가의 행배는 조속한 경기 회복을 가로막는 짐이 되느냐, 경기 활성화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느냐를 결정하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중요한 경기 변수의 하나다. 실제로 국제금융센터는 얼마전 저유가로 인해 올해에만 14억달러의 무역수지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제유가는 국내 도입량의 70~80%를 차지하는 중동산 원유를 대표하는 가격인 두바이 유가를 기준으로 배럴당 20달러 초.중반대의 안정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하락을 막기 위해 감산을 추진키로 한 상황이지만 비OPEC 산유국들의 동참 여부가 불투명한 데다 전세계적인 경기 침체로 인한 원유 수요 감소추세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의 국제 원유시장은 예년과는 확연히 다른 수급 패턴을 보이고 있다. 예전 같으면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 등 북반구지역의 선진국들이 계절적으로 겨울철에 접어드는 데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격으로 중동 정세가 불안 조짐을 보이면 유가는 급등세를 타는게 맞지만 올해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국제유가는 9.11 미 테러 참사직후 일시적으로 불안조짐을 보였을 뿐 줄곧 하락세를 거듭해 왔다. 이같은 저유가 추세에 대한 해답은 바로 지속되는 세계 경기 침체에 있다. 미국 경제가 3.4분기에 이어 4.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일본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들도 불황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원유 수요가 예상보다 훨씬 빨리, 그리고 가파르게 감소하는 상황이다. 다른 여러가지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위축되는 소비 수요가 계속 국제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됐다는 얘기다. 국제 원유시장에서는 따라서 경기 회복 조짐이 없는 상황에서 OPEC의 감산 움직임만으로 유가를 끌어 올리기는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역시 4.4분기 국제유가(중동산 두바이유 가격 기준)는 배럴당 19~21달러에서 안정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록 계절적 수요 증가요인과 유가를 방어하기 위한 OPEC의 감산 노력이 계속되겠지만 전반적인 원유 수요 위축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금융센터도 산유국들 사이에 '미국의 테러 보복전쟁에 비협조적'이란 비난이 나올 것을 의식, 원유 감산을 자제하려는 분위기가 없지 않고 하루 1백만배럴 정도의 감산으로는 현재의 초과 공급 상황을 완전히 개선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1백50만배럴 감산이 이뤄지게 되면 국제유가 하락 추세는 현 수준 유지, 또는 다소간의 상승세로 반전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