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에 다니는 이진희 대리(28세.여)는 오는 20일 결혼식을 올린다. 그녀는 신부화장에 대비,지난주 점심시간을 이용해 직장 근처에 있는 신촌 L피부과를 찾았다. 30분동안 크리스탈 필링(박피)시술을 받은뒤 오후 1시 사무실에 복귀했다. 식사는 피부과에서 제공한 샌드위치로 해결했다. 최근 강남과 신촌의 일부 피부과마다 직장인의 점심시간을 겨냥한 '런치(lunch) 스페셜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종전의 스킨케어 프로그램은 1시간30분 이상 걸려 직장인들이 이용하기에는 여러모로 부담스러웠다. 압구정동 D피부과 서구일 원장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간편하게 치료받을 수 있어 인근 사무실 여직원들이 자주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존 비즈니스 모델에 신속성을 결합한 '스피드마케팅'이 뜨고 있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의 특성을 이용,스피드로 불황을 헤쳐나가려는 업체가 늘고 있다. 올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는 '테이크 아웃'(가지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포장음식) 전문점은 스피드 마케팅의 선두주자. 스타벅스·로즈버드·자바커피·네스카페 등 10여개사가 전국에 4백여개의 테이크 아웃 커피전문 체인점을 설치하면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최근들어 커피 햄버거 샌드위치 외에 한식 중식 일식 양식 등을 다루는 테이크 아웃식당이 등장하는 등 품목도 날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강병오 한국창업개발연구원 실장은 "현대인들에게 시간은 곧 돈"이라며 "커피 한잔도 느긋하게 마실 여유가 없는 분위기 탓에 테이크 아웃점이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피드 마케팅은 금융상품에도 성공적으로 접목되고 있다. 평화은행이 '3분이면 OK'란 구호를 내걸고 지난달 1일 내놓은 초스피드 인터넷 대출상품 '따따따(WWW)론'은 시판 40일만에 6백억원이 넘는 대출실적을 기록했다. 이 상품은 인터넷을 통해 모든 대출업무를 처리하고 신청후 3분 이내에 최고 1천만원의 돈이 고객의 통장계좌에 들어간다. 주진호 마케팅 팀장은 "대출 요청부터 통장 입금까지 3분이면 끝나기 때문에 바쁜 직장인들로부터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추세를 타고 상호에 아예 스피드를 내세운 업체도 생겨났다. 스피드가정식(www.ispeedfood.co.kr)은 지난 4월부터 식단을 주문받아 바로 다음날 완전 조리된 음식이나 반조리된 식단을 각 가정의 문 앞에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성연 사장은 "맞벌이 부부와 독신자는 물론 자녀가 어려 장보기 힘든 신세대 주부들이 주요 고객"이라며 "많을땐 하루 70∼80여건의 주문이 몰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신한종합연구소 문성원 연구원은 "스피드는 시장선점과 고객만족이란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중요한 경쟁력"이라며 "불황을 겪는 기업들도 스피드 테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