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4분기 이후 신용불량자 급증현상과 관련,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경기위축에 따른 일시적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반면 일부 민간 경제전문가들은 "작년말부터 가계대출이 크게 는데다 미국 등 선진국 경제도 악화되는 등 대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신용대란의 가능성도 완전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 모두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경기의 위축이 신용불량자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가계대출과 부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소득 증가폭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신용불량 상태에 빠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경제활동인구(약2천2백만명) 1백명당 12명이 신용불량자로 분류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경기 위축과 높은 가계부채율=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말 현재 가계대출잔액은 총 2백60조원으로 작년말보다 21% 증가했다. 그러나 가계실질소득은 작년보다 5.3%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전반적인 경기가 나빠지면서 일반가계의 수지상황은 당연히 빡빡해지고 있다. 특히 올 상반기중 신용카드의 현금서비스 이용액이 작년보다 2배가량 증가해 급전수요가 그만큼 많아졌음을 반영하고 있다. 이로인해 신용카드 채권 연체율은 작년말 7.7%에서 올 6월말 8.8%로 크게 높아졌다. 신용불량자 증가에 큰 몫을 한 셈이다. 가계의 부채부담 비교지표인 이자부담비율을 산출해 보면 우리 가계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세금을 내고 실제 쓸 수 있는 돈(가처분소득)의 10.7%를 단순히 이자를 갚는데 사용했다. 일본의 3.2%, 미국의 3%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우리 가계의 부채문제는 미국식 '과소비형 파산'보다 일본처럼 '불황형 파산'의 모습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일본처럼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도 개인과 기업들은 소비나 투자를 하지 않는다. ◇정부의 신용대책 '백약이 무효'=정부는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서민들과 영세업자들이 최고 1천4백%에 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에 시달리는 상황을 시정하기 위해 올들어 신용불량자 관련제도를 많이 고쳤다. 지난 5월1일과 6월1일 두 차례에 걸쳐 연체금 상환후에도 기록이 남아 금융거래가 제대로 안되는 사람들을 위해 대대적으로 신용불량 기록을 삭제해줬다. 이 조치로 총 1백52만5천명이 신용불량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신용불량기록 삭제기준도 대폭 완화했다. 그런데도 신용불량자 수는 지난 3월말을 바닥으로 증가하고 있다. 은행연합회 송기안 신용정보관리팀장은 "소액대출이 많은 신용카드 부문의 신용불량자가 많기 때문에 경기만 살아난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그러나 경기가 호전되지 않으면 정상 금융거래가 어려운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인 해법은 '경기활성화'=신용불량자는 연체 3개월후 은행연합회에 등록된다는 점에서 경기후행지수로 꼽힌다. 김경원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금융회사들이 너도 나도 가계대출에 매달리는 상태에서 수출악화와 내수경기 활성화가 실패할 경우 대량 신용불량자 발생의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 .............................................................. [ 용어풀이 ] 신용불량자=은행 신용금고 카드사 등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썼으나 이를 일정기간(보통 3개월이상) 갚지 못개 금융거래에 제한을 받는 사람. 은행연합회는 모든 신용불량기록을 취합, 관리하고 있다. 보통 은행등 금융회사 대출금은 3개월 이상, 신용카드대금은 5만원이상 3개월이상 연체하면 신용불량자리스트에 오른다. 신용불량자가 되면 은행등 금융회사들과 정상거래를 할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