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 과학기술부 장관 kyh21@kyh21.com >

유난히도 일찍 출근해 쉬지 않고 일하기로 유명한 통신사 윤 반장의 어린 딸아이가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다.

평소 과묵하고 남의 도움을 받기 싫어하는 그이기에 몰래 병원을 찾았다.

나는 그에게 골프를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새벽에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데 일요일 하루만은 아이들과 함께 보내야지요"

가족을 위해 일주일에 하루라도 함께 보내야겠다는 그의 말이 무척 신선하게 들렸다.

언제인가 황지우 시인이 그의 최근 시집을 보내왔는데 책 앞장에 ''김형,가끔 뒤를 돌아보면서 살아가시지요''라고 써 있었다.

내가 그동안 살아온 다양하지만,어찌보면 산만하기 그지없는 삶을 ''광폭인생''이라고 부른 것도 바로 그였다.

충청북도 산골에서 시작된 상행(上行)의 30년.가장 큰 변화라면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터 나는 점점 ''빵점''아빠가 되어갔다.

밤늦게 집에 돌아가 볼이라도 비빌라치면 아이들은 얼굴을 찌푸리며 두 발을 내 가슴에 대고 밀어냈다.

마치 프로레슬러처럼.아이들이 어렸을 적에 이런 나의 ''시간부족형 포옹''을 실행하기 위해 아이들에게 ''0.5초''라고 호령하면 어디에 있든 달려와 포옹하는 민방위훈련(?)을 시행하곤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일찍 도착한 아이에 대한 인센티브가 그 위력을 상실하더니 지금은 그 훈련조차 수명을 다하고 말았다.

최근 몇 달 동안 놈들의 관심과 애정을 이끌어내기 위해 읍소형 전략을 폈다.

그러나 아이들은 제 어미에 대해서만 충성과 애정을 바칠 뿐이었다.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고 생각다 못해 나는 이 모든 감정의 ''부익부 빈익빈''현상에 대해 아내에게 항의했다.

상대적으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은 엄마로서 아빠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도록 아이들을 교육시켜 줄 것을 강력히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집을 나가겠다고.이러한 협박에 가까운 전략은 적중했다.

요즘 집에 들어오면 세 놈들이 문앞에까지 뛰어나와 포옹하며 "아빠는 내 친구,아이고 귀여워라""아빠,이제 집 안 나갈거지?"하고 반긴다.

내일은 이런 기쁜 소식을 윤 반장에게 알려줘야겠다.